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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기억력 저하 - 내가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기사승인 2018.06.11  05: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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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제 나이 50을 갓 넘은 A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최근 승진 후 일이 많아지고 압박감이 심해 잠도 잘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는데, 요 몇 주간 기억력도 예전 같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그 이유다.

회의 시간을 계속 깜빡하고, 직원들 이름도 외우지 못해 난감해지는 일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아이나 아내가 한 이야기들을 잘 기억해내지 못해 핀잔을 듣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내가 치매에 걸린 거 아닐까?’ 두려움이 엄습했고, 일과 가정 모든 곳에서의 자신감마저 날이 갈수록 떨어졌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질병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것들이 있습니다. 각종 암, 뇌경색, 급성 심근 경색 등 우리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진 질환들이 이들에 속하지요.

중년에 접어들어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조마조마하게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치매도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대표 질환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그 비극적인 순간들이 나에게 닥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어쩌면 몸은 멀쩡한 채 인지기능만 떨어져 간다는 것이 현대 사회의 우리들에게는 더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년, 특히 50대 분들을 뵙다 보면 인지기능 저하, 기억력 저하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일하는데 스케줄을 자꾸 깜빡깜빡해요. 메모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니까요’

‘이전엔 그런 적이 없었는데 TV도 안 끄고 집에서 나왔지 뭐예요’

‘사람들 이름을 들어도 기억을 잘 못해요’

 

“큰일 났어요. 저 치매에 걸린 거 아니에요?”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 증상을 더 면밀히 탐색하고 관련 검사를 해보아야 증상의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가능한 원인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화를 겪습니다. 그 시기와 속도는 개인 차가 있지만, 그 누구도 노화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노화는 피부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에도 나타나게 되죠.

뇌가 노화되면 학습 능력이나 언어 능력, 기존에 기억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는 능력은 큰 차이가 없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게 되기도 하고, 생각의 속도 자체가 느려질 뿐 아니라 새로운 걸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여유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다방면으로 신경 쓰는 것이 많아지다 보면 A 씨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일도 발생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일의 템포를 늦추고 여유를 가지며 생활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두 번째로, 치매가 아닌 다른 병, 특히 우울증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 증상일 수 있습니다. 흔히 ‘가성 치매(Pseudodementia)’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사실 중년, 그리고 그 이후의 노인에게 가장 흔한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은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입니다. 특히 중년이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신체적, 직업적, 환경적 변화를 많이 겪게 되면서 우울증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죠.

고령에서의 우울증은 인지기능의 저하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주의력, 혹은 집중력의 저하나 기억력의 문제를 호소해 치매와의 감별을 어렵게 만듭니다.

흔히 언급되는 차이를 언급하자면 가성 치매의 경우 인지기능 저하가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다른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며 기억력이 전반적으로 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치매의 경우 기억이 최근의 것부터 예전의 것으로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전문의와의 상담 및 인지기능 검사를 통해 파악해야 합니다. 가성 치매는 고령 우울증 환자의 약 15% 정도에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가성 치매에서의 인지기능 저하는 원인이 된 우울증의 치료를 통해 증상 호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해서 모두 치매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원인을 확실히 알고 나면 회복을 할 수 있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서 사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주저 없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평가를 한 번 받아 보실 것을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umanjhl05@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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