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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장애 해결을 위해 꼭 피해야 할 것 - 적응장애 이야기(3)

기사승인 2018.06.03  00: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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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적응 장애는 다행히도 정신건강의학과 질환 중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합니다.

적절한 처치와 환경 적응,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보통은 3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힘겹기는 했지만 그래도 '적응'하게 되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위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때로는 주위 사람들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잘 해결해 나갑니다.

물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에는 각자의 방식이 있지만, 경험상 적응 장애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처방식을 고수하시는 분들이 많아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진_픽셀

 

첫 번째, 무조건 회피하기

누누이 이야기를 했듯이 적응 장애는 외부 스트레스 요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일정 기간 내에(보통 스트레스 요인 제거 후 3-6개월 이내에) 증상 회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힘들다 싶으면 무조건 도망치는 것만 생각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정말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이 되었을 때는 적응 장애를 유발한 스트레스를 제거해주는 게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성급한 결정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적응 장애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정도가 심하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급성기에 내리는 판단은 나중에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와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들이 너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사한 상황에서의 반복된 회피는 그다음에 또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을 때 견디는 힘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회피마저도 습관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반복된 회피는 결국 자존감의 저하, 자신감 결여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회피는 매우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상황을 벗어나는 건 적응 장애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문제들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방면에서의 검토와 주위 사람들의 조언, 고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진_픽셀

 

두 번째, 무조건 혼자 버티기

이런 유형의 대처는 아마 무조건 회피하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경험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적응을 잘 못한다는 사실이 남부끄러워서,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볼 것 같아서, 혹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힘들어도 입을 꾹 닫고 지내는 경우는 매우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티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어둡게만 느껴집니다.

자신의 경험을 혼자만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면 외로움, 고립감이라는 고통이 덤으로 찾아오게 됩니다. 고립감은 사람을 몇 배나 더 힘들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응 장애로 인한 우울 증상을 겪게 되면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인지적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 혼자서 고민하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들을 주위 사람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 혹은 전문가에게 용기 있게 고백하고 나누는 것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적응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모여 그룹 치료를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나의 고통이 혼자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될 때 많은 위로를 받고 증상의 호전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정신의학 관련 서적을 뒤져봐도, 미국의 유명 병원의 가이드라인을 찾아보아도, 적응 장애의 일차적 치료는 약물 치료가 아닙니다.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이나 내 사고방식에 대한 논의 등 면담을 통해 이루어지는 정신치료가 가장 첫 번째 권고안입니다.

증상이 면담만 시행하기에는 정도가 심하거나, 부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이 되었을 때 이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힘든 적응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계신 분이라면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병원에 내원하여 상담을 받으시는 것을 권유해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Johns Hopkins Psychiatry Guide 에 소개된 ‘적응 장애 중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되어야 하는 경우’를 소개해드리고 마치겠습니다.

꼭 정신과 진료를 받아봐야 할 경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강하게 하는 경우

-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다른 정신과 질환을 시사하는 추가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주요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강박장애, 정신분열병, PTSD 등)

- 심각한 사회적, 직업적 기능 손상을 초래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

 

아무쪼록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적응 장애의 큰 어려움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umanjhl05@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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