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혜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는 왜 식탐이 조절되지 않을까?"

'식탐'은 음식을 욕심내어 탐내는 상태로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식탐이 조절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신경생리학적 이유

- 식탐 호르몬 :

식탐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은 비만 호르몬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공복일 때 분비되어 뇌(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식탐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인슐린', '렙틴'은 췌장, 지방세포 등에서 분비되어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식탐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어야 그렐린 분비가 감소하고 허기가 없어지므로 식탐과 비만이 생기는 원인이 됩니다.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음식 섭취를 줄이는 욕구를 일으킵니다. 우울, 불안, 공황으로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보상작용으로 음식을 갈구하는 식탐이 생기는 원인이 됩니다.

- 식탐 유전자 :

최근 유전자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비만과 식탐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비만 유발 유전자는 FTO인데, 이 유전자 결함이 있는 사람은 한 끼에 100 칼로리를 더 먹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대표적인 식탐 유전자는 뇌유래 신경영양인자로 BDNF(brain-drived neurotrophic factor)로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폭식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MC4F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도 식탐이 많아지고 간식을 자주 섭취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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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건강의학적 이유

1.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증가하고, 이것이 뇌에 작용하여 식탐을 증가시키고, 복부지방을 증가합니다.

2. 불안, 우울

불안, 우울인 경우 폭식을 유발할 수 있고,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하기 위하여 음식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비만이 불안, 우울을 악화할 수 있습니다.

3. 수면장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수치가 떨어지고 허기를 느껴 식사를 하게 유발하는 그렐린 수치가 증가하여 식탐을 유발합니다. 특히 야근으로 수면부족인 경우는 야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식탐으로 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4. 탄수화물 중독

흰쌀 설탕 등 단순당은 체내에서 빠르게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혈중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고, 인슐린이 높아지면 단 것이 먹고 싶어 지고, 단 것을 먹으면 다시 인슐린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탄수화물 중독이 되면 뇌의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는데 이 때문에 단 것을 섭취하여 보상하려 하고, 비만해지며,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게 됩니다.

5. 구강기 욕구의 충족 부족

정신분석학적으로 프로이드의 구강기(oral stage) 발달과정을 원만하게 보내지 않는 경우, 즉 유아기 시절 구강기 욕구의 부족이나 지나친 과만족, 엄마 젖이나 젖병의 관점에서 욕구가 부족했거나 너무 과하게 충족이 되어 있었던 경우에서 폭식이나 음주, 흡연 등 구강 의존적 성향을 보입니다.

6. 야간 식이 증후군

늦은 밤 야식을 습관적으로 먹는 경우로, 낮 동안 스트레스로 지친 하루를 밤에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올리기 위하여 음식을 찾게 됩니다.

7. 운동부족

운동을 하지 않아 피곤하고 둔한 몸은 식탐 호르몬인 그렐린을 더 많이 생성하여 식탐을 유발합니다.

8. 일조량 부족

겨울처럼 일조량이 부족하게 되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떨어져서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이 줄어듭니다.

9. 음주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인 뇌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식탐을 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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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을 줄이기 위해서는 나의 식탐 원인을 찾아보고 원인에 맞는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식탐을 줄이기 위한 마음가짐과 생활습관 (인지행동치료)

1) 식탐을 줄이기 위한 마음가짐

- 나 자신이 무리하게 음식을 찾는 식탐이 있는지 스스로를 살핍니다.

- 나의 식탐과 비만 원인이 어떤 것인지 알아봅니다.

- 나에게 맞는 식탐 줄이기 방법을 찾습니다.

- 식탐 줄이기 목표는 무리하게 높게 잡지 말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최소 6개월 이상) 계획을 합니다.

- 다이어트 강박에서 벗어나기 : 다이어트를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은 다이어트 과정 중에 생기는 작은 실패에도 포기하게 됩니다.

 

2) 식탐을 줄이기 위한 생활 습관

- 공복이 되면 식탐호르몬인 그렐린이 분비되므로 하루 세끼를 꼭 챙겨 먹습니다.

- 물을 자주 마십니다.

- 배가 출출하지 않도록 식사 중간에 토마토, 견과류 등 간단한 음식을 먹습니다.

- 단 음식, 고칼로리 음식을 피합니다.

- 식사는 20분 이상 천천히 합니다.

- 야식은 피하고 밤에 일찍 자도록 합니다.

- 스트레스를 피합니다.

- 우울, 불안하지 않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 운동을 꾸준히 합니다.

- 충분한 수면을 취합니다.

- 술은 마시지 않습니다.

- 산책 등으로 햇볕을 충분히 쪼입니다.

 

♦ 식탐을 조절하는 약물치료

1. 최근 식탐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전 약물들은 뇌의 식욕중추에 작용하여 배고픔으로 인한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였으나 새로 개발된 약물은 뇌의 보상중추에도 작용하여 식욕과 함께 식탐도 같이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2.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수면장애,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심리적인 원인이 동반되어 식탐이 증가된 경우는,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혼자서는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 후 원인에 맞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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