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부산에 살면서 ADHD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이미경 씨(가명)는 첫째 아들이 ADHD로 진단받고 나서는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낭떠러지에 서있는 느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느낌을 호소한다. 언제부터인가 가슴에 뭔가 뭉쳐있는 것 같은 느낌도 생겼다. 이러다 아이보다 엄마인 본인이 먼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불안감도 있다. 작은 일에 울컥 눈물이 나거나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많다.

국내 ADHD로 진단받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ADHD 아이를 둔 부모들의 삶 또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 의해 여러 가지 피해를 입고 있어 제대로 조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연구에서 ADHD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60-70%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부모의 부담은 상당하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소아정신과 진료 현장에서 다양한 ADHD 부모의 고충을 모아서 기록해 보았다.

사진_픽사베이

 

▲내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죄책감= 내가 잘못 키워서 아이가 아프다는 죄책감이 가장 힘들다. 특히 맞벌이 부모는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한다. 주변에서도 문제 아이 뒤에는 항상 문제 부모가 있다는 죄명을 씌워 더 힘들어진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아이가 화를 잘 내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친구들이 아이를 멀리 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엄마라도 아이끼리 놀게 하자고 하면 핑계를 대며 피하는 눈치가 느껴질 때 서운함과 부끄러움이 함께 느껴진다.

 

▲아이에게 자주 화내고 심한 말을 한 다음에 느끼는 자괴감= 미적거림이 심해 여러 번 얘기해야 겨우 움직이거나 혼나고 나서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행동특성상, 부모가 아이에게 자주 화내고 소리 지르고 심지어 체벌도 자주 하게 된다.

다른 자녀에게는 부드럽게 말하는 상황도 ADHD 아이에게는 비꼬듯 말하게 되기도 한다. 아이와 부딪힌 후에는 항상 후회가 밀려오고, 그럼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공부나 신변처리를 항상 도와주어야 하는 부담= 숙제나 시험 준비를 할 때는 늘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하고, 등교 준비나 잠자리에 들 때에도 곁에서 재촉하지 않으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 ADHD 아동이 있으면 다른 가족들은 돌볼 여유가 없어져 미안함도 커진다. 도와주면서도 아이를 응석받이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항상 걱정이 된다.

 

▲주변의 편견이 주는 상처= 매년 학기 초에 만나는 담임선생님은 물론이고 아이 친구들, 또 그 부모들까지 아이의 새로운 사회관계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대인관계에서 염려가 생긴다. ADHD라는 소문이라도 나면 주변과 단절되는 사태도 일어난다. 편견이 두려워 담임교사에게도 숨기면 속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항상 든다.

 

▲아이가 당하고 와도 항의조차 못하는 억울함=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고 오거나 따돌림을 당해도 당당하게 항의도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억울해서 따져 봐도 오히려 우리 아이 잘못이 더 크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사납다는 뒷말까지 나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섣부른 주변의 충고= 명절에 만나는 친척이나 주변 이웃들까지도 ADHD 전문가인양 조언을 서슴지 않는다. 근거도 없이 약을 먹으면 기록이 남아 취직이 안 된다든지, 약을 먹으면 조절력이 없어져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아무 말’을 하는 친척이 가장 야속하다.

그냥 ‘ADHD 아이 키우는 게 그렇게 힘들다는데, 잘 버티고 있다’라는 위로라든지 ‘절대로 엄마 탓이 아니니 당당하게 키우라’, ‘아이가 많이 좋아졌다. 약을 먹이는 게 제일 좋으니 꾸준히 먹이라’라고 힘을 주는 사람이 가장 고맙다.

 

소아정신과학회 미디어 팀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OECD 선진국과 달리 2013년부터 ADHD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다. 기이한 현상이다. 이제 ADHD를 치료하다가 생길 수 있는 부작용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ADHD를 치료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고민할 때가 되었다. 치료에 들어가는 직접적 비용뿐 아니라 가정과 학교가 떠맡아야 하는 피해, 학업의 중단, 실업, 잦은 교통사고, 청소년 범죄 등 ADHD를 치료하지 않아서 생기는 간접적 피해는 수천억이 넘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ADHD가 주는 경제적 비용에 대한 보건당국의 추후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www.adhd.or.kr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