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년 여성 A는 젊을 때부터 사소한 일에 예민하고 불안해하곤 했다.

하지만 요새는 하루 종일 긴장되고 곤두서 있는 느낌이다. 사소한 일들이 걱정이 되고 스스로 조절하려고 하지만 잔걱정이 계속된다.

얼마 전 자녀 결혼 문제로 고민을 하면서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소화도 되지 않는다.

하루 종일 피곤하지만 막상 잠을 들기는 어렵다.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방문했지만 몸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범불안장애(general anxiety disorder)의 증례입니다. 일부에서는 신경증, 불안증이라고 말하는 질환입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질환인 화병과 유사한 정신건강의학과적인 질환으로서 비슷한 특징을 공유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만성적인 증상으로 일상 활동에 제약을 초래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분명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화병, 성격 문제, 업보, 과거의 한 등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답답함, 소화불량, 통증(두통, 근육통), 피로감, 이명 등의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하여 가정의학과나 내과를 방문합니다.

하지만 여러 검사에도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고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나중에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곤 합니다.

 

♦ 역학 및 경과

전체 인구의 5%가량에서 보고됩니다. 남성에 비하여 여성에서 2배가량 높게 발생합니다.

증상의 일부가 30대가량에서 처음 발생하고 이후 만성적으로 진행하며 심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사례에서처럼 젊은 시절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불안증으로 진행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완치율이 40%가량으로 높지는 않고 스트레스 시에 자주 재발합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을 경우에 증상의 상당 부분이 조절됩니다.

지나친 염려, 신체적인 증상이 감소되어 일상 활동, 사회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줄어들게 됩니다.

신체증상에 대하여 내과, 가정의학과만을 방문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만성화되고 좋지 못한 예후를 보입니다.

 

사진_픽셀

 

♦ 증상과 진단

과도한 걱정(excessive worry)과 신체적인 증상(somatic symptom)이 핵심적인 증상입니다.

일상적인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지속적으로 걱정을 합니다. 그리 큰일이 아님에도 계속해서 걱정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두통, 흉통, 통증, 이명, 피로감, 불면, 안절부절못함 등의 신체증상이 흔하게 동반되어 나타나는 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단 교과서격인 정신의학진단편람(DSM-5)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A) 최소한 6개월 이상 직장이나 학교 생활과 같은 수많은 일상 활동을 수행하는 데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걱정을 한다.

B) 이런 걱정과 불안을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C) 불안과 걱정은 다음의 6가지 중에서 적어도 3가지 이상의 증상과 관련이 있다.

- 안절부절못하거나 긴장이 고조되거나 벼랑 끝에 선 느낌. (Restlessness / Agitation)

- 쉽게 피로해짐.

- 집중하기가 어렵고 멍한 느낌.

- 매사에 과민함. (Irritability)

- 근육의 긴장. (Muscle tension)

- 수면장애. (수면 도입의 문제 / 수면유지의 문제 / 주관적인 수면 불만족감)

D) 불안이나 걱정 또는 신체증상이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거나 사회적, 직업적, 다른 중요한 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

 

걱정과 불안은 당연히 가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미래에 대하여 염려를 하고 미리 준비를 하는 것, 과거에 대하여 후회를 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걱정과 불안은 일상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신체적인 증상을 불러일으킵니다.

6개월 이상 증상으로 인하여 사회적, 직업적인 문제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할 때 진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 치료

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필요합니다.

약물치료가 분명한 효과를 보이지만 인지적인 왜곡이나 소극적인 태도, 부정적인 감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정신치료와 병행이 필요합니다.

증상이 만성화된 경우가 많아서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정신치료적으로 유아기의 갈등에 대한 정신분석적인 방법이 전통적인 치료방법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수정하고 일상 활동에 적응력을 높이는 인지행동치료가 많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약물치료적으로는 항우울제, 항불안제가 사용됩니다.

항우울제가 약효를 나타내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항불안제가 유용합니다.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벤조다이아제핀(자낙스, 아티반, 디아제팜 등) 등을 병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항우울제 위주로 약물을 유지하고 필요시 항불안제를 사용합니다.

항우울제는 일반적인 생각보다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보아도 특별한 부작용이 없습니다.

그 외 보조적으로 부스피론(buprione), 테프라(tepra) 등의 약물을 병용합니다.

 

오늘은 범불안장애 흔히는 불안증이라고 말하는 질환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범불안장애(불안증)는 만성적이고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성격 문제, 자신의 업보, 신체적인 문제 등으로 치부되며 적절하게 다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적절하게 치료를 받으면 호전되는 질환이며, 증상이 조절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