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육아의 영원한 숙제: 의존과 독립

기사승인 2018.07.07  04:02:08

공유
default_news_ad1

[정신의학신문 :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만물의 영장?

보통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영유아기 때에는 물심양면 도움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부모나 성인들의 도움이 없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독립과 의존’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한 달 중 2주를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 다녀와서 좋았겠다’는 말도 참 많이 들었지만, 막상 다녀와서는 근무하고 있는 센터에서, 병원에서 밀린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비교적 저의 기준에 온순하던 딸내미가 없던 ‘안아줘 안아~’ 병이 생겨 있었습니다.

분명히 출장을 떠나기 전만 해도 졸리거나 배고플 때만 안아달라거나 떼를 쓰던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향해 두 팔을 벌려가며 안아달라고 눈물 없는 울음으로 떼를 썼습니다.

하루 이틀 그러다 말겠지 싶었지만 생각보다 그 기간은 생각보다 길어져 몇 주간 지속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시 저의 자리에서 아빠로서의 역할을 하고 열심히 놀고 부딪혀 가며 진한 주말을 몇 차례 지내고 난 뒤에야 ‘안아줘’ 병은 완치되었습니다. 

 

보통은 아이들을 혼자 신발을 신게 한다거나, 스스로 밥을 떠먹게 한다거나, 옷을 입고 벗는 것들을 육아에서의 ‘독립성’과 연관 짓는 경우들이 많은데, 저는 이 시기를 보내며 넓은 의미에서 딸의 독립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 의존과 독립

사실 인간의 의존성은 기본적인 욕구이며 ‘사랑과 애착’에 그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의존하고 있는 대상인 부모에게서 원하지 않게 분리되고 버림받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강하고 괴로운 감정을 일으키기도 하고, 반대로 애정을 충분히 받고 그 관계가 안정적이라고 느끼게 되면 욕구가 충족되고 강한 쾌락과 안정감, 행복감 등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안정적일 때 아이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탐구하고 주위 환경의 자극과 유혹에 보조를 맞추며 세상을 탐험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곧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되고 미지의 세계를 알아보려는 동기를 만들어 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부모에게 잘 의존할 수 있어야 점점 독립해 나가며 새롭고 신기한 주위 환경을 알아가며 독립성을 키우게 됩니다.

즉, 건강한 의존이 있어야 적절한 독립이 만들어지고, 반대처럼 보이는 이 두 요소들이 적절한 균형 속의 평형을 이루고 우리 삶의 방향들을 제시해주게 됩니다.

‘의존욕구’와 관련하여 가장 처음 경험하게 되는 ‘부모와의 의존관계’가 적절하지 못하면 세상을 탐험할 수도 없고 건강한 대인관계도 맺을 수가 없게 됩니다. 

 

사진_픽셀

 

♦ 건강한 독립

다시 말하지만, 확고한 사랑과 애착의 관계는 의존과 독립의 미묘한 상호관계가 평행선을 그리며 적절한 균형을 이루게 하는 근간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듬뿍 애정을 주고 아이들의 의존 욕구가 충족될 때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희 딸이 아빠가 없는 동안에 아빠를 통한 의존욕구 충족이 좌절되고, 엄마 또한 육아에 쉽게 지치고 평소처럼 욕구 충족을 이뤄주지 못했을 때 평소 안 보이던 미충족된 의존 욕구의 불만을 표시했던 것도 이 맥락 속에서 이해가 됩니다. 

 

양육 시에 ‘내가 너무 다 해줘서 버릇이 나빠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가지기 쉬운데, 이 문제는 기본적인 의존욕구가 어느 정도 해결된 뒤, 그다음 단계에서의 문제입니다.

의심하지 않고 열심히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안정적으로 ‘의존욕구들’을 해소해주어야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었을 때 안정적으로 교우관계를 이루고, 연애도 하고, 건강한 부부와의 관계, 나아가 본인이 아이를 낳고 양육자가 되었을 때 자기와 자식 간의 관계 등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걷게 됩니다.

이러한 변형 속에서 의존성은 적절한 독립성을 찾게 되고 건강한 독립을 비로소 하게 됩니다. 

 

가끔은 엄격한 양육이 필요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버릇 나빠질까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은 아이들을 열심히 사랑하고, 그 점을 충분히 표현하고, 그들이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들을 안정적으로 해결해주고 난 뒤의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사랑하고 표현하고 아이들이 적절하게 의존할 수 있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실 수 있길 응원합니다.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