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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정신과 약물, 술?

기사승인 2018.08.07  00: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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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고은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방울~? 방울~ 방울아~!"

"너와의 첫 만남, 기념하고 싶으니까~"

 

사진_김지원 기린 이치방 맥주 광고

 

앳돼 보이고 순수한 이미지의 여배우가 아늑하고 밝은 느낌의 집 안에서, 냉장고 속 맥주를 꺼내 시원하게 마신다.

보통 한밤의 클럽이나 바를 배경으로, 섹시한 컨셉의 여배우나 멋진 훈남이 등장하던 기존의 흔한 맥주 광고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시간대는 대략 쉬는 날 오후쯤.

귀여운 강아지와의 첫 만남의 기쁨은 어느새 혼술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이미지로 형상화되면서, 맥주 한 캔 정도는 혼자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소확행' 중의 하나임을 알려준다.

* 소확행 :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렇게 어느덧 일상생활에서 언제든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술.

요즘엔 우리나라에도 만원이면 12캔이나 살 수 있는 저렴한 발포 맥주, 한두 모금용의 미니캔까지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맥주 한 잔'은 짜증 나고 피곤했던 하루의 피로도 잊게 해 주고, 더운 여름밤의 불면을 달래주기도 한다.

이러한 술의 마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바로 술에 함유된 알코올이 가진 '진정효과' 때문이다.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에는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는 수용체(receptor)가 존재한다.

 

 

이 수용체에는 알코올과 결합하는 부위가 존재하는데 이 부위에 알코올이 결합하여 활성화되면 진정, 이완, 불안의 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을 원하게 되는 이유이며, 하루의 긴장과 불안이 머리 끝까지 쌓였을 때 술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유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저는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해서요."

독하고 쓴 에탄올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다만 그 에탄올이 주는 진정효과가 사람들 사이에 불러일으키는 이완되고 릴랙싱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마치 머리 아플 때 두통약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로 약으로서의 알코올을 찾게 되고, 그 술이 주는 '약효과'에 열광하게 된다.

술은 인류가 개발한 최초의 정신과약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일종의 '항불안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일종의 향정신성의약품인데, 종류도 인간의 역사만큼 다양하고 다른 정신과약과는 달리 TV에서 선전도 하고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진_픽셀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담이 처음으로 술을 빚었을 때 처음 보는 음료수에 호기심이 생긴 악마가 다가와서 나도 한 모금 마셔봐도 되냐고 물었다.

아담은 흔쾌히 허락했고 술을 마시고 그 맛에 감동한 악마는 아담에게 '나도 이 멋진 음료수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담은 역시나 흔쾌히 허락했고 악마는 술을 담글 포도가 잘 자라도록 밭에 거름을 뿌려주겠노라며 양, 사자, 원숭이, 돼지의 4마리 짐승을 잡아왔다.

악마는 포도밭에 그들의 피를 거름으로 부었고 포도는 모든 인간이 술을 마실 수 있을 만큼 풍성하게 자라났다.

그 뒤로부터 술은 동물의 피 탓에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는데, 인간들이 술을 마실 경우, 양(순해지고)→사자(사나워지고)→원숭이(춤추고 노래하고)→돼지(더러워지는)의 단계를 거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로 이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알코올은 이러한 연유를 포함하여 또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항불안제'로서의 사용가치는 결코 인정받지 못한다.

그 때문에 현대에는 의학의 발달로 좋은 '항불안제'들이 개발되어 공황장애를 포함한 각종 불안장애와 우울증, 불면증 등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에 대한 편견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왠지 내 의지를 상실하고 중독이 될 것 같아.."

"한번 먹으면 끊지 못하고 평생 먹게 된대.."

"뇌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등등..

인터넷이나 광고매체 등을 통해 일부 스스로를 전문가라 일컫는 사람들조차 이러한 두려움을 이용하여 정신과 약물에 대한 공포감을 유발할 뿐 아니라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자신들만의 '특별한'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 정신과약을 먹지 말고 차라리 적당량의 술을 마시라고 권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술 대신 매일 조금씩 정신과 약을 먹으라고 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제대로 처방받아 치료를 위해 복용하면 된다.

다만 단기간 사용하는 정신과약의 부작용에 대해 과도한 거부감으로 꼭 필요한 약물치료에 대해 손사래를 치면서도, 1급 발암물질이며 강한 중독성과 향정신성을 자랑하는 술에 대해서는 그저 관대한 인식의 아이러니는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마치 평소에 매일 밤 라돈 침대에 누워 자면서 병원에서 찍는 엑스레이의 방사선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고 하면 너무 과한 비유일까?

 

사진_김지원 기린 이치방 맥주 광고

 

고은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ddicfrpost@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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