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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행복의 조건

기사승인 2018.08.22  04: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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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대한불안의학회 주관으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라는 제목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강의를 하고 이때 실제 어떠한지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이때 설문에 참여한 서울,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충청 등의 총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평가를 시행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왔다. 먼저 지역적인 차이는 없었다. 지방에 따른 행복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유의한 차이까지는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덜 행복했다. 생물학적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여성이 남성보다 차별적 대우를 받고 가정과 사회에서 부담을 안고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여성의 권리가 많이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입장에서는 아직은 도와주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_픽셀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노인들에게 있어서는 행복감이 적었는데, 이는 가난·고독·질병·무위 즉 4고가 존재하며, 뇌의 퇴행성 변화 등으로 높은 자살률과 괴로움으로 힘들어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최근 노인에 대한 복지나 지지시스템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에 대한 특별한 개입이 필요할 듯하다. 

경제적인 수입에 대해서는 특이한 결과들이 있었다. 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수입이 월 200만원 이하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고, 200만원 이상이면 수입에 따른 행복감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대한불안의학회에서는 가족의 수입으로 평가를 해보았는데, 가족의 수입이 400만원 이상인 경우는 200만원 이하인 경우보다 유의하게 행복감이 높았다. 그러나 가족의 수입이 일단 400만원 이상이 되는 경우는 아무리 더 높아진다고 해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일단 수입이 많아진다고 해도 행복감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즉 행복은 경제력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생활이 되고 나면 행복은 경제력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임상에서 많이 경험한다.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행복한 것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교육의 기간과 행복감은 유의한 관계가 없었다. 실제로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라도 자신 있게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사람은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을 콤플렉스로 여기고 자신은 불행하다고 말한다. 많이 공부한 사람들 중에는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행복을 위해서라면 꼭 공부를 오래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진_픽셀


요새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혹은 이혼을 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 데이터에서 단순한 비교 통계를 시행하면 결국 혼자 사는 사람이 동거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보다 불행하다고 나왔다. 그럼 꼭 혼자 살면 꼭 불행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앞에서 말한 여러 요인을 가지고 다른 방법(회귀분석)으로 분석해보면, 재미있게도 혼자 사느냐 아니냐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이 없어진다. 회귀분석 결과에서는 다른 요인들이 더 유의하고 중요한데, 그건 바로 우울감과 불안감이다. 우울과 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우울감과 불안감이 적은 것이 행복의 가장 큰 예측인자이다. 내가 불행하다고 여기고 나는 할 수 없다고 여기고 세상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든 것이 불안한 사람들은 결국 행복의 느낌을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바로 이 우울과 불안을 치료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우울과 불안을 치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로 생각한다. 정신과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있고 싸늘한 시선을 보인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주변에서 약물은 끊어야 된다고 이야기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무조건 숨기고, 미친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행복 선진국들도 사회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졌는데, 이들은 사회 속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낙인을 제거하고 사회적으로 이 우울 불안을 치료하는 쪽으로 유도했기 때문이다. 행복선진국 덴마크의 경우는 남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을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긴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인정해주고 공감하는 것 바로 우리나라가 가져야 할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경제발전과 획일적인 일차원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도 정신적인 행복감을 이루기 위해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대한불안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학회로,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교육 및 의학적 진료 모델 구축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aam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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