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재미가 없어요..."
"네? 왜요? ㅇㅇ씨는 건강한 데다, 돈도 많고 번듯한 직장도 있는데, 게다가 토끼 같은 자식에 여우 같은 마누라까지... 다 갖춘 거 같은데 뭐가 부족해서 그런 말을 해요?"

언뜻 보면 괜히 우는 소리 같고, 때로는 자신을 은근히 자랑하는 듯 얄미워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저런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바로 내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한 공허감의 위력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생업 전선에서 치열하게 살며(이때는 이게 존재의 의미일 수도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에 처한 이들은 '우울하다? 공허하다?' 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듯, 때로는 "그런 감정 따위는 내겐 사치!"라고들 얘기한다. 그런데, 생업 전선에서 벗어나 소위 숨 쉴만할 정도가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과거의 아픔이나 억한 감정들이 되살아나 잡생각이 많아지면서 결국 공허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마치 권투선수가 경기 중에는 맞아도 아픔을 모르다가, 경기 끝난 후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중년이란 시기는 이 자체로도, 노 젓는 힘이 빠질 수 있다. 그전까지는 현실만 보며 달려왔으므로 힘에 부칠 때도 됐지 않겠나? 게다가, 그동안의 치열한 노력을 통해 현실에서의 안정을 찾아가게 되는데, 참 이상하게도 이런 여유로운 상황이 나를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측면은 반드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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