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다른 배우자의 욕구 ⑥

"결혼하기 전에는 저와 낚시도 함께 다니고, 야구도 보러 다니던 아내가 결혼하고 나서는 더 이상 낚시도 가려하지 않고, 야구도 보러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제는 귀찮다고 그냥 혼자 하라네요. 사실 저도 그게 더 편하긴 한데, 그러다 보니 이제는 같이 뭔가를 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그냥 너 알아서 즐기고, 나 알아서 즐기자? 뭐 이런 거죠."

 

연애시절에는 함께 취미를 즐기던 아내가 결혼하고는 남편의 취미생활에 관심을 주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내들도 처음에는 결혼한 뒤에도 자신의 취미를 접어두고 남편의 취미활동에 동참해 흥미를 가져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몇 번에 걸쳐 실패로 돌아가고 나면, 대부분은 남편에게 혼자서 여가를 즐기라고 부추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방해하는 매우 위험한 선택입니다.

남자들은 아내와 함께 즐기는 여가생활에 놀라울 정도로 큰 비중을 둡니다. 텔레비전에서 남자들끼리 낚시터에 모여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그 남자의 욕구, 그 여자의 갈망의 저자인 부부상담가 윌라드 할리(Willard F. Harley J.)는 자신의 상담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남성의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욕구 중에서 아내와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이 성욕 다음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취미생활이 전혀 다르지만 매우 행복해 보이는 부부들을 많이 만났으나, 실제로는 이혼의 위기에서 흔들리고 있는 부부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연애시절에는 함께 취미를 즐기던 아내, 그 아내는 정말 취미를 즐겼던 것일까요? 아니면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취미에 동참하였던 것일까요? 아마도 후자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전 글에서부터 계속해서 다루어 왔던 것처럼 남성과 여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비교적 남성들은 여성들보다는 위험하고, 모험적이고, 과격한 활동을 즐깁니다. 그들은 섹스 장면이나 싸움 장면이 많은 영화, 코믹한 농담이 넘쳐나는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수의 남자들은 단 것을 좋아하고 더럽거나, 몸에서 냄새가 나거나, 트림을 하는 것 등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반면 많은 여성들은 이런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때문에 때때로 남편들은 이것을 피하고 마음 편히 자신의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 아내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취미생활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대부분의 남편은 아내로부터 가족과 보내야 할 소중한 시간을 친구들과 낭비한다는 비난을 듣게 됩니다.

‘시간이 나면 당연히 나나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지, 친구들하고 놀러 간다고!? 제정신이야?’

이것이 보통 아내들의 생각입니다.

남편은 아내가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 기대하고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남편들은 그런 기대로 인해 실망하게 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결혼하기 전에는 함께 낚시와 야구를 즐겼으나 결혼 이후에는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한 남편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보려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남편은 아내에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왜 아내가 변했는지 생각하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아내의 말처럼 혼자 낚시를 즐기고, 혼자 야구장을 방문하며 쓸쓸히 취미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혼자 하는 취미생활이 영 재미가 없게 되면 아마도 함께 할 누군가를 찾아 동호회나 가까운 친구, 혹은 회사 동료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시간이 중요해지면서 아내, 혹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그것은 곧 부부간의 갈등을 일으키게 되면서 행복한 부부생활이 아닌 보다 불행한 결혼생활로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물론 혼자 즐기는 취미생활을 잘 발견하고 그것을 해나가서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아내를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내에게 온전히 돌아가야 할 사랑과 관심,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진_픽셀


네. 바로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간단한 사실이 말처럼 쉽지 않은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첫째,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취미활동의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작성합니다. 주의할 점은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서로의 욕구에 솔직해야 합니다. 가령 나는 운동이 하고 싶지 않은데, 남편은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남편을 위해 억지로 하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얼마 가지 않아 분명히 실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운동을 하고 싶지 않아. 그것 말고 다른 것을 하고 싶어.’라고 말이죠. 그러고 나서 서로가 즐거워하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의견을 조율합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싫어하는 것은 과감히 지워버리고, 양쪽이 다 좋아하는 것, 혹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둘째, 경쟁적인 취미생활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게임의 법칙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부관계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는 순간 불행해집니다. 따라서 경쟁적이기보다 협동적이며, 순간적이기보다 지속적인 활동을 찾기를 권합니다. 물론 경쟁적인 취미활동을 좋아하며 승부욕에 불타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부부라는 사랑과 돌봄의 수평관계를 넘어가지 않도록 유의하시길 권합니다.

셋째, 많은 것들을 함께 시도하고 모험해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른 뇌와 서로 다른 신체, 서로 다른 문화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습니다. 때문에 서로가 다른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과감하게 시도하고 모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부가 함께 즐기는 행복한 시간을 영영 얻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넷째,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언제나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즉, 내가 정말로 원하는 취미생활이 있는데 배우자가 정말로 싫어한다면, 선택해야 합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의 질과 주말마다 즐기는 낚시, 혹은 쇼핑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이 물음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배우자를 행복하게 하는 선택은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여기까지 해서 아내와 다른 남편의 욕구, ‘취미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혼자 신나게 취미생활을 즐겼지만 결코 신나지 않았던 저를 떠올렸습니다.

나와 다른 배우자의 우선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은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의 배우자와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 그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은 남편과 다른 아내의 욕구, ‘솔직함과 개방성’으로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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