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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꾸준히 하면 우아하게 늙을 수 있다'는 뻔한 말에는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은 의문들이 많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신체활동이 만년(晩年)의 치매 위험을 줄이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불확실한 문제는 "운동의 효과가 '이미 시작된 치매병(예: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정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9월 6일 《Science》에 실린 논문(참고 1)이 몇 가지 단서를 새로 제공했다. 심각한 유전적 알츠하이머병을 모방한 생쥐 연구에서,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그것들을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치료법의 조합(調合)'이 '기억력 저하를 방지하는 운동의 유익한 효과'와 유사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럼 운동의 효과 중 알짜배기를 잘 챙겨 훗날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효과를 챙겨야 할까?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과, 아직 논란이 많은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운동과 '뇌의 노화' 간의 관련성

많은 대규모 연구들이 "평생 동안 운동을 계속하면 만년에 기억력 문제의 위험이 줄어든다"고 제안하고 있다. 예컨대 스웨덴의 여성 1,000명을 40년간 추적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참고 2), 연구를 시작할 때 심혈관 건강(cardiovascular fitness)이 우수(high)했던 사람은 중간(medium)이었던 사람들에 비해 치매 시작(onset of dementia)이 평균 9.5년 지연되었다고 한다. (심혈관 건강은 러닝머신을 고갈되기 일보직전까지 탈 수 있는 최대 운동량으로 측정했다.) 그러나 그런 연구들은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란요인들, 이를테면 '유전자'나 '규칙적인 운동에 수반되는 건강한 생활습관의 다른 측면들'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운동이 실제로 뇌에 무슨 일을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2. 운동이 '일단 시작된 알츠하이머병'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강력한 증거는 인간보다는 설치류를 이용한 실험에서 더 많이 제시되었다. 한 알츠하이머 생쥐모델을 이용한 연구에서, 강화된 환경(예: 쳇바퀴 타기)에의 접근성은 생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베타(β-amyloid)로 이루어진 끈끈한 플라크의 축적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3). 그리고 오늘 《Science》에 발표된 - 다른 알츠하이머 생쥐모델을 이용한 - 연구에서, '활동적 생쥐(쳇바퀴를 타는 생쥐)'는 일련의 기억력 테스트(예: 미로에서 해바라기 씨가 있는 곳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테스트)에서 '비활동적 생쥐'를 능가하는 성적을 거뒀다고 한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운동군과 대조군에 무작위로 할당한 여러 연구들의 결과는 엇갈리며(참고 4), 일부 연구들만이 "운동은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신경퇴행질환(예: 알츠하이머병)이 이미 시작된 경우, 운동이 뇌를 얼마나 이롭게 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3. 운동이 뇌를 보호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운동의 핵심적 혜택은, 뇌가 새로운 신경을 만들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학습과 기억에 핵심적인 구조인 해마(hippocampus)에는 신경전구세포(neural progenitor)라는 세포들이 있다. 이것들은 새로운 뇌세포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인간이 새로운 뉴런을 평생 동안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논란이 많다(참고 5, 참고 6).

그러나 설치류 연구에서는, 성체기(adulthood)의 신경생성(neurogenesis)이 특정 인지기능(예: 물리적 환경에 대한 학습, 길 찾기에 관한 기억)을 예리하게 유지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일부 설치류 연구에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신경생성을 촉진한다"고 보고했다. 예컨대 생쥐에게 쳇바퀴를 타게 하면 해마에서 새로 생겨나 생존하는 뉴런의 수가 두 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참고 7). 이번에 《Science》에 발표된 논문에서, 기억력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운동을 하는 생쥐'는 신경생성의 표지(marker)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4. 그럼 운동을 안 하고 신경만 새로 생성되어도 뇌에 도움이 되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번 연구에서는 "신경생성 하나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모델생쥐에게 '해마에서 신경전구세포를 보호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추가로 신경전구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유전자요법을 실시했다. 그 결과 생쥐들은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었지만, 기억력이 향상되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대조군 생쥐보다 기억력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경우는 단 하나,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단백질의 수준을 높이는 유전자를 추가했을 때였다. BDNF는 신경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의 뇌에서 염증을 감소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것은, 생애 초기에 새로운 뉴런을 만들면 만년에 기억력을 보호할 수 있지만, 이미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는 것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하버드 의대의 루돌프 탄지(신경유전학)는 말했다. "BDNF는 주변을 깨끗이 청소함으로써, 새로 태어난 뉴런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해준다."

 

5.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도 이와 비슷한 전략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전략(해마의 신경생성 촉진 + BDNF)은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뉴런을 에워싸고 사멸시킴)를 감소시키는 전략'보다 제약회사들의 관심을 덜 끄는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면밀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접근방법에는 중요한 약점이 숨어 있다"라고 미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의 마크 맷슨(신경과학)은 말했다. "첫째, 해마의 신경전구세포는 공간학습과 기억에 핵심적인 뉴런을 만든다. 그러나 그 뉴런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해마에서 퇴화하고 사멸하는 뉴런'과 종류가 다르다. 그리고 설사 새로운 뉴런이 특정 뇌기능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해마 외부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받는 뇌영역이 많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접근방법은 좀 더 연구할 가치가 있다.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아밀로이드에만 집중하는 편협한 태도를 보였었다. 접근방법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맷슨은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n8821
2.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894933/
3.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92867405000899
4. https://www.ncbi.nlm.nih.gov/pubmed/24302466
5.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3/study-questions-whether-adults-can-really-make-new-neurons
6.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2038&SOURCE=6
7. https://www.nature.com/articles/nn0399_266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9/how-does-exercise-keep-your-brain-young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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