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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을 멀리 할 수 있는 환경 스스로 만들기

기사승인 2018.10.02  1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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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에게 환경은 중요합니다. 괜히 맹자 어머니가 아들을 생각해서 세 번이나 이사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자유롭고, 주변에 흔들리지 않은 굳은 의지를 지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도박을 끊는 것, 그리고 모든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도 결국 그런 환경이 갖춰져도 성공할까 말까입니다. 

저는 행위중독을 공부하는 사람이다 보니 공부를 위해서 가끔 새로운 도박을 해봅니다. 몇 개월 전 인터넷 도박인 사다리를 딱 한 번 해봤다가 아직도 일주일에 열 통씩쯤 도박 광고 문자를 받고 있습니다. 저같이 잠시 사행성 게임을 해보거나, 다행히 전혀 따 보지 못해, 승리의 큰 기쁨을 맛보지 못한 사람이야 그냥 귀찮다 생각하는 정도겠지만 도박을 끊으려고 큰 결심을 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문자가 올 때마다 굉장히 힘들겠구나 싶습니다. 참고로 승리의 기쁨은 도박에서 도박중독으로 가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러한 빅 윈(big win)을 통해 도박판에서의 승리가 뇌에 강하게 각인되며,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엄청 분비되는 경험을 하기 때문에 그 이후로 도박에 빠지기 쉬워집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러한 승리에 대한 기억은 오래가고, 언제든 다시 성취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에 도박을 끊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도박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도박중독으로 다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들을 피하는 것입니다. 도박중독의 재발에 관여하는 요소는 많습니다. 스트레스, 도박하지 않았을 때의 무기력이나 심리적 금단, 빚독촉, 빚을 도박으로 만회하려는 욕심, 도박 관련 자극, 도박을 권하는 사람이나 광고, 도박을 했던 장소, 이혼이나 실직 등 여러 가지입니다.

싸움에서 지지 않는 방법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하고는 싸우고, 질 수도 있는 강한 상대하고는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도박의 유혹은 인간의 의지보다 강한 상대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도박에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것은 결코 비겁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박빚을 갚는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피하는 것이 문제가 있지요.

참 신기하게도 도박을 했던 사람에게는 끈질기게 그 유혹이 따라붙습니다. 도박이란 신기하고 재미있는 요소로 가득하며, 특히 게임 초반에는 뇌에서 쾌락의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박관련업종 종사자들도 영화 [타짜]를 봐도 어떤 사람을 도박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일단 도박판에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앉히면 일단 성공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접속하게 만들면 일단 성공입니다. 내가 도박을 끊기 위해 애쓰는 순간에도 도박을 다시 하게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일단 도박하던 카지노나 경마장에 가지 마라, 도박을 권하는 사람을 만나지 마라, 전에 포커 치던 하우스 근처에 가지 마라. 이런 것이 과거에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권고였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카지노에 같이 갔던 친구 전화만 피하면 되었고 강원랜드에 자진해서 출입정지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온라인으로 도박을 하는 내담자들에게는 그런 방법을 권유하기가 어렵습니다. 도박성 게임도 진화하고 도박과의 싸움은 점점 어려워져 갑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래도 끊임없이 도박 자극을 피해서, 단순히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달려가며 피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알코올에 비유하자면 술을 끊겠다는 사람이 술자리에 가서 구경만 하겠다는 것은 너무 어렵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술자리에 가지 않는 결심을 하고 처음부터 거절을 하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

재발을 촉진하는 요소들을 피하고 피하고 또 피해도 재발하기 쉬운 것이 도박중독입니다. 스트레스받아서 다시 도박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떻게 사람이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삽니까? 스트레스가 도박중독 재발의 큰 요인이어도 그것을 피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비현실적 조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머지 다른 요소라도 피해야 합니다. 돈을 수중에 가지고 있으면 도박을 하기 쉽고 또 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월급을 바로 가족에게 맡기고 필요한 돈만 타서 쓰는 것도 '돈'이라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예전에는 지폐만 들고 다니지 않으면 되었지만 핸드폰의 소액결제 차단, 간편결제 지불수단 차단 등 할 것이 엄청 많습니다. 도박으로 잃었던 돈을 만회하려는 목적이라면 사람의 두뇌는 평소의 능력을 초월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차단의 과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 게임을 통한 도박이나 주식에서의 단타를 통한 도박 등도 결국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지만으로 된다고 믿고 있다면 도박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의지로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드문 경우에 빗대어 "네 의지만으로 해라"라고 하는 것은, 도박에서 한 번이라도 큰돈을 따 보고 쾌감을 느껴본 사람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일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도박 중독자에게 의지만으로 끊으라고 하는 것은 시끄러운 콘서트장에서 공부를 하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적어도 조용한 독서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야 될까 말까 아니겠습니까. 독서실에 간다고 누구나 공부를 하지 않지만 그래도 콘서트장보다는 공부를 할 확률이 높습니다. 

심리상담, 약물치료, 단도박모임, 도박문제관리센터 등의 도움을 받고 나도 내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사자, 가족, 치료자들 모두 더 공부하고 도박을 차단할 수 있는 진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더 실용적인 권고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ddicfr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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