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강동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중에 못 잔 잠을 몰아서 자고 난 주말 오전인데도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다. 잠을 많이 잤는데도 몸이 계속 무겁고 연신 하품을 해 댄다. 텔레비전을 보려고 해도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되지 않고 평소 좋아하던 활동들을 시작해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일어난 지 한참 지났는데도 계속 피곤하고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쑤셔대고 뭔가 모르게 불편하다. 기분도 안정이 안되고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고 예민해져서 가족들이 그냥 하는 말에도 톡 쏘아붙이게 된다...

...주중에 커피를 많이 마시니까 주말 하루만이라도 커피를 줄여봐야지 하는 마음에 모닝커피를 생략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커피라도 마시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주말에도 커피는 쉬지 말아야겠구나...

 

사진_픽셀


이상의 내용들은 카페인 금단과 관련한 증상을 재구성해 본 것이다.

학계에서는 몇 년 전만 해도 카페인과 관련해서는 중독 증상만 관심을 가졌지, 카페인 금단이라고 따로 분류해서 문헌에 실을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진단분류인 DSM-5부터는 카페인 금단을 문제 상황으로 여기고 있다.

카페인 금단으로 진단을 하려면, 

A. 상당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카페인 섭취가 있었고,

B. 카페인 섭취의 갑작스러운 중단이나 감량 후 24시간 안에, 다음의 증상이나 징후가 3개 혹은 이상으로 나타나야 하며,
 1. 두통
 2. 두드러지는 피로감 혹은 졸음
 3. 불쾌감, 우울감 혹은 성마름(과민한 기분)
 4. 집중의 어려움
 5. 독감에 걸린 것 같은 증상 (구역, 구토 혹은 근육통 및 근긴장)

C. 이러한 상태가 직업적, 사회적 혹은 다른 생활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장해나 방해를 가지고 오며,

D. 이런 증상이나 징후가 편두통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의 다른 내과적 질환 그리고 다른 약물의 사용에 의해 유발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매일매일 커피나 에너지음료 등으로 섭취하던 카페인을 주말에는 갑자기 중단하기가 쉬우므로 카페인 금단 증상은 주말이나 휴가 때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금단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갑자기 중단해서 생기는 증상이므로 다시 카페인 섭취를 해 주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금단 증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거나, 금단 증상을 없애기 위해 더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하게 되는 등의 건강에 유해한 행동이 나타난다면 카페인 섭취와 관련해서 문제를 의심해봐야 한다.

카페인은 커피콩에도 포함되어 있고 카카오에도 포함된 천연물질이라고 생각해서 특별히 주의하지 않고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카페인은 심혈관, 위장관, 비뇨기계 등에 영향을 주고 기분 등 우리의 심리상태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카페인과 관련해서 중독증상이나 금단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간과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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