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왼쪽)은 - 마치 럭비공처럼 - 앞에서 뒤로 길쭉하다. 현대인의 신생아(오른쪽)와 유아(오른쪽 조그만 그림)는 약간 길쭉한 두개골을 갖고 있지만, 어른이 되면 - 마치 농구공처럼 - 동그란 모양의 머리를 갖게 된다.

 

1860년대에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 연구자들은 '이상한 모양'에 큰 인상을 받았다. 현대인처럼 동그란 농구공 모양이 아니라, 앞뒤로 길쭉한 럭비공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머리와 '빙하기 사촌'의 머리가 다르게 생긴 이유는 지금껏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제 연구자들은 '그 차이를 설명하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 내용인즉, 수만 년 전의 '네안데르탈인-현생인류 짝짓기(참고 1)'로 말미암아 유럽인들의 유전체 속에 머물게 된 네안데르탈인 DNA(Neanderthal DNA)의 흔적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지난주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서(참고 2), 연구자들은 "약간 길쭉한 머리를 가진 현대인의 유전체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변이 두 개를 찾아냈다"고 보고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 유전자들은 뇌의 조직화(organization)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뇌에 작용한 진화가 두개골을 재형성한 메커니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는 현대인의 뇌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아마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어(고인류학)는 논평했다.

 

"신생아를 유심히 살펴보라. 그러면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영아들이 - 네안데르탈인과 약간 비슷하게 - 길쭉한 두개골을 갖고서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을. 현대인의 두개골 모양은, 크기가 거의 두 배가 되고 나서야 동그랗게 된다"라고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필립 군츠(고인류학)는 말했다. 군츠와 동료들은 현대인과 네안데르탈인 두개골의 CT(computerized tomography) 영상을 분석하여, 인간 뇌의 구형지수(globularity index)를 개발했다.

올해 초 군츠와 두 명의 동료들은 "현대인의 동그란 뇌 형태가 점차 진화하여 35,000년 전부터 10만 년 전 사이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결론을 내렸다(참고 3). "아프리카 전역에서 출토된 초기인류의 화석은 20만 년 ~ 30만 년의 것으로 추정되는데(참고 4), 아직도 길쭉한 뇌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 가문의 뇌에서 모종의 사건이 진행되어 왔음에 틀림없다"고 군츠는 말했다.

 

뇌조직의 근본적인 차이를 탐구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구형지수를 유전자형이 밝혀진 4,468명의 유럽인들에게 적용했다. 그 결과, '약간 덜 동그란 머리'와 관련된 네안데르탈인의 DNA 단편(DNA fragment) 두 개가 확인되었다. 이 DNA 단편들은 각각 UBR4와 PHLPP1이라는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데, 전자는 뉴런의 발달을 조절하며, 후자는 (축삭의 절연체인) 수초(myelin sheath)의 발달이나 뉴런의 투사(projection)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네안데르탈인 변이들은 기저핵(basal ganglia)에서 URB4의 발현을 억제하고, 뇌의 뒤쪽에 자리 잡은 소뇌(cerebellum)에서 축삭의 수초화(myelination)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영향은 '뉴런의 연결성(connectivity)'과 '소뇌가 운동기술(motor skill → 도구사용)과 언어를 조절하는 방식'의 미세한 차이에 기여한다"라고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네덜란드 네이메헌 소재 막스 플랑크 심리언어학연구소의 사이먼 피셔는 말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변이가 현대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사료된다. 왜냐하면 수많은 유전자들이 뇌를 형성하는 데 관여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피셔는 언어에 관련된 FOXP2라는 유전자를 공동으로 발견한 인물이다. FOXP2는 기저핵과 소뇌의 뇌회로에 영향을 미치는데(참고 5), 201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참고 6) "FOXP2가 '유전체의 기다란 띠' 부분에 들어있는데, 그 부분에는 네안데르탈인 변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보고한 바 있다(참고 7).

"네안데르탈인 DNA를 현대인의 뇌영상과 연계하는 것은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접근방법이다. 왜냐하면, 뇌의 연조직(soft tissue)은 화석기록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독일 튀빙겐 대학교의 카테리나 하르바티(인류학)는 논평했다. 그녀는 이번 발견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확인되기를 바라고 있다.

실제로, 군츠와 피셔는 영국의 바이오뱅크(UK Biobank: 영국인의 건강기록과 DNA가 수록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파헤칠 계획이다. '바이오뱅크에 포함된 뇌영상을 이용하여 좀 더 많은 유전자들을 확인함으로써, 네안데르탈인의 뇌가 어떻게 기능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우리의 유전체 속에 머물러있는 네안데르탈인 DNA를 연구하면, 그들의 뇌가 - 형태와 기능 면에서 - 어땠었는지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밴더빌트 대학교의 토니 카프라(유전학)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news/evidence-mounts-for-interbreeding-bonanza-in-ancient-human-species-1.19394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69703&SOURCE=6)
2. https://doi.org/10.1016%2Fj.cub.2018.10.065
3. https://doi.org/10.1126%2Fsciadv.aao5961
4. https://www.nature.com/news/oldest-homo-sapiens-fossil-claim-rewrites-our-species-history-1.22114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3823&SOURCE=6)
5. https://www.nature.com/news/language-gene-speeds-learning-1.9395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197698)
6. https://doi.org/10.1126%2Fscience.1245938
7. https://www.nature.com/news/modern-human-genomes-reveal-our-inner-neanderthal-1.14615

※ 출처:
1.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12/why-modern-humans-have-round-heads
2.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770-7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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