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세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들과 재밌는 시간을 지내다 보면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해줄까?"

 

모든 것은 어렵더라도 우리 가족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만이라도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아주 어릴 때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참 아쉽죠.

그래서 부모는 사진을 찍고 비싼 돈을 내고 앨범을 만드는 등 행복한 순간들을 남기려 더 애를 더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는 대체 언제부터, 커서도 남는, 오래 저장되는 기억을 하기 시작할까요?
 

정말 맹세해요, 이 블록 본 거 처음이에요. (사진_howtopronouncemotherhood)


프로이드는 이를 6~8세 정도로 보았다고 합니다.

이후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는 실험이 이루어졌고 공통적으로 2~3세 정도까지의 기억은 대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있어도 3~7세 기억에 비해서는 거의 점 수준에 가까운 단편적 기억들이고 명확치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당신이 내 뭐라고요? 엄마라고요? (사진_howtopronouncemotherhood)


현재까지 알려진 정설(Synopisis)은 '만 3세'까지의 기억은 온전하게 획득되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유아 기억상실증(infantile amnesia: 삶의 초기 몇 년 동안의 기억에 공백이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부릅니다.
 

만 4→5세 구간의 기억 횟수가 급격히 증가. _Sheena(2017)


만 4세부터라 하더라도 기억들은 단편적이며 이때의 기억 역시도 온전치 못하고 불완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며 기억들도 점차 선명해지고 오래가게 되죠. 아기 때 해외여행 간 것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간 것은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근데 엄밀히 이야기하면 어린 시절 기억 모두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말로 할 수 있거나 회상할 수 있는 기억들은 애석하게 기억에 남지 않지만, 걷거나 뛰고 수저를 만지는 등의 기술적인(습득) 기억, 동생 때리면 혼난다는 등의 고전적인 조건화 기억들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4세까지 뇌에는 정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납니다. (사진_birthtothree)


이런 현상이 생기는 가장 그럴듯한 과학적인 원인은 이 무렵까지 장기 기억을 도와주는 뇌의 부위가 완전하게 발달(분화)하지 못하기 때문 혹은 뇌 성숙이 되지 않아서로 추정합니다(사실 가설은 다양합니다만).

이런 현상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Ex, 쥐실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하네요.

 

하지만 설사 아이가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기억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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