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홍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직장인 2년차인 30대 초반 남자입니다. 제목처럼 요즘 간헐적으로 나(본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듭니다.

예를 들면, 어떤 영화를 볼 때 살인을 하는 장면을 보면 저 혹은 사랑하는 사람(최근 사례론 제가 좋아하는 친구)이 저렇게 당하는 게 아닐까 약간 망상적인 생각이 갑자기 들고, 또 최근엔 집에 있다가 앰뷸런스 소리가 나면 저 안에 그 친구가 다치거나 혹은 기타 여러 사고 등으로 인해 저기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상한 망상이 떠오릅니다.

한번 그런 생각이 나면 좀 오래갑니다. 계속 그러는 건 아니고 문득 갑자기 생각이 나고 좀 빈번해지는 것 같습니다. 괜히 그러면서 그 친구가 걱정되고 괜히 쓸데없는 부정적인 생각만 나서 조금 힘이 들곤 합니다.

최근 사례로, 잠시 못 봤다가 보게 되면 '그래 저렇게 잘 살아 있잖아' 하면서 그런 생각이 한동안 안 나다가, 앰뷸런스 소리를 들으면서 갑자기 또 그런 생각이 나더니, 요즘 간헐적으로 또 그런 생각이 반복적으로 나네요.

걱정의 90% 이상, 즉 9할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고, 또한 그 친구가 최근에 설을 맞아 연휴 잘 보내라고 먼저 연락도 하고 등등 하면 불안감이 잦아들다가, 또 이상한 생각이 나서 제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좀 생겨 고민글에 작성해보았습니다.

제목과 같이 안 좋은 생각이 나는 게 특징입니다. 제 생각엔 정말 무익한 망상으로 여겨지는데 완전히 못 없애더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원래 제가 좀 예민하고 조심스럽고 신경이 날카로운 편이긴 한데 이런 증상은 왜 생기고,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홍래입니다.

사람이 갖고 있는 가장 두려운 공포 중 최고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죽음은 누구도 해결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무기력해지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부분 매일의 일상에서 이렇게 무서운 죽음을 항상 두려워하며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죽음 자체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인 2년차를 보내시면서, 혹은 최근 들어 '상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때로는 과거에 경험했던 괴로운 사건 때문에 전혀 상관없거나 연관 없는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여 두려워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파국화(catastrophizing)라 합니다.

 

간혹 글 써주신 분과 비슷한 걱정을 하시는 분을 만날 때 저는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해보곤 합니다. 스스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안 좋은 사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내 생각이 이래서 잘못되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내가 그렇게 (죽음에 대한 공포)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 상황(엠뷸런스 소리, 영화 장면에 대한 불안)을 달리 설명할 수는 없는 걸까?(직/간접적 경험한 상실의 재경험)'
'실제 그 일(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일어난다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와 같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다 보면 마음속의 불안이 가라앉게 됩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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