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양승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생겼을까...'라는 질문(한탄)을 많이 듣습니다.

본 기사를 통해 그 대답을 구해보겠습니다. ('왜 인생에는 고통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정신질환이 생기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그림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정신건강을 다리에 빗대어서 생각해봅시다.

우선,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1. 좋은 다리의 첫째 요건은, 안전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2. 다리가 안전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 a. 튼튼하게 지어야 하고, 꾸준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 b.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

 

1. 튼튼하게 지어지고 관리도 잘 된 경우
 


스트레스 없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괜찮습니다. 

작은 스트레스 상태(가벼운 승용차)에서 문제가 없고, 큰 스트레스 상태(무거운 화물차)에서도 문제가 없습니다.   

 

2. 약간 부실하게 지어졌지만 관리는 잘 되고 있는 경우
 


스트레스 없는 상태, 작은 스트레스 상태, 큰 스트레스 상태 모두에서  문제가 없습니다.  

 

3. 좀 부실하게 지어지고 관리도 부실한 경우
 


스트레스 없는 상태, 작은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지나갈 때 아찔하기는 하겠지만) 

하지만, 큰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덜컹거리는 충격으로 화물이 깨질지도..)

 

4. 많이 부실하게 지어지고 관리도 안 된 경우
 


스트레스 없는 상태에서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고, 작은 스트레스 상태에서도 위험합니다. 큰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결국 사고가 납니다. 

 

지금의 '나'는 이 순간에 뚝 떨어져서 생긴 존재가 아니지요. 타고난 체질(성격)과 성장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튼튼하게 태어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것, 둘 다 부러운 일입니다. 금수저/흙수저 이론은 안타깝게도 사실입니다. 물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이라고 해서 정서적으로도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는 그렇기가 쉽습니다. 

병이 어떻게 생기느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는 이론을 생물심리사회 모델이라고 합니다. 고혈압, 당뇨, 천식 기타 등등의 만성 질환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지만 보건환경이 너무나 좋으면(강제로라도 매일 운동, 좋은 식이습관) 당뇨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당뇨 유전자는 없이 태어났지만 환경이 안 좋으면 당뇨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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