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홍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잠에 문제가 있다고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면증을 떠올린다. 쉽게 잠들지 못하면 괴롭고 다음날이 걱정된다. 반면 머리를 붙이면 잠들고 쭉 깨지 않고 잘 잔다면 당사자도 주변 사람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잠자리에 누워 5분 이내에 잠들고 충분히 자고 난 후에도 낮에 졸린다면 그 사람은 불면증보다 더 심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충분히 자고도 낮에 졸린다면 이는 야간수면의 질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잠을 자지만 양질의 잠을 자지 못 해 잠을 통해서 피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잠의 깊이를 얕게 만드는 수면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흔하고 중요한 것이 널리 알려진 수면무호흡증이다.

그리고 잠의 질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질환으로 주기성사지운동증이 있다. 주기적으로 다리나 팔을 떨고 그때 짧은 시간 동안 잠에서 깨는 것이다. 이 역시 깊은 잠을 못 자게 만들어 잠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회복하기 힘들다.

또, 낮에 심하게 졸리는 병으로 기면병이 있다. 기면병은 각성을 유도하는 물질이 부족해서 낮 동안 심하게 졸리는 병이다.

 

수면무호흡증, 주기성사지운동증, 기면병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수면장애다. 특히 낮 동안 심한 졸음이 있다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 만약 운전을 하거나 위험한 기계를 조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

일본 신칸센 기관사 중 심한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업무 중에 심하게 졸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근무 중 졸음으로 큰 사고를 냈고 수십 명이 죽고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수면장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잠을 못 자는 병보다 잠을 심하게 자는 병이 자신과 남에게 더 위험하다.
 

사진_픽셀


나는 왜 차만 타면 졸릴까?

내가 수면의학을 한다고 하니까 선배 중 한 분이 나에게 말했다.

“내가 차만 타면 자거든. 그게 왜 그런지 한번 연구해 봐라. 아마 차와 잠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 거 같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 선배에게 “밤에 잠은 잘 주무세요?”라고 되물었다. 그 선배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잔다고 했다.

혹시 코를 골지는 않는지 물었다. 너무 심하게 코를 골아 아내와 각방을 쓴다고 대답했다.

그 선배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보지 않아도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있고 그로 인해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고 짐작되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만성수면부족 상태에 있고 그래서 차만 타면 졸리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잠이 부족해서 졸리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가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독서를 하거나 점심 식사를 한 후 쉬고 있을 때 등, 자극이 적고 단조로운 환경에 있을 때 잠들기 쉽다. 그래서 낮 동안 졸음을 평가할 때는 이 항목들에 대해서 확인해야 한다.

 

-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기면증에 대한 종합보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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