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윤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잠이 오지 않아서 숙면에 좋다는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해보다가 잘 안 되는 경우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방문합니다. 그리고는 걱정이 담겨 있는 말투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불면증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몰라요. 정말 며칠간 잠을 못 자니까 미칠 것 같더라고요."

최근 특정 수면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섞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수면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뭐든 정확히 알고 적절히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죠.

그러므로 오늘 이야기해볼 것은 '약 없이 불면증 극복해보기'입니다.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잠드는 시각보다는 깨는 시각이 일정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불변의 법칙 첫 번째는 '아침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신체의 활은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못자' 씨는 평소에 밤 12시에 잠들고 아침 7시에 깹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잠들기가 쉽지 않아서 새벽 3시까지 뒤척이다 잠이 듭니다. 나못자씨는 잠이 들면서 3시간을 더 늦게 잤으니 못다 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오전 10시까지 자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나못자씨가 오전 10시까지 늦잠을 자거나 못다 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낮잠을 3시간 잤다면 아마도 필시 그날 밤도 잠들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몇 시에 잠드는지는 이제 잊어야 합니다.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지키며 낮잠을 20분 이내로 줄인다면 잠은 제자리를 찾게 되어 있거든요. 잠을 못 자면 피곤하다며 늦잠을 자거나 낮잠을 자는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면 평생 입면기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며칠간 잠을 못 자면 죽을 것 같이 힘들 수 있지만 죽진 않아요. 리듬을 찾을 때까지만 고생하면 돼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을 하냐고요? 그래서 전문가와 함께 정기적으로 수면 습관을 체크해가며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겠죠?
 

사진_픽셀


수면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다음으로 수면 효율을 높여야 해요. 수면 효율은 내가 자려고 누워 있는 시간 대비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이에요. 수면 시간을 임의로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자려고 누워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12시에 잠들던 '잠못자' 씨는 최근 새벽 2~3시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다 잠이 들었어요.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일찍 자려고 저녁 9시에 불을 끄고 누웠죠. 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잡생각만 많아졌어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해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괴롭기만 합니다.

이러한 경우 실제로 자는 시간은 적은데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수면 효율이 낮아지게 되는 거예요. 잠못자씨가 수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아침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정해놓고 과감하게 새벽 1~2시에 잠들어야 해요. 수면 효율이 90% 이상이 될 때까지 이러한 방법을 반복하고 효율이 높아졌다면 누워 있는 시간을 15분씩 점점 늘려야 합니다. 

 

늦은 밤 격렬한 운동은 피하세요.

내가 몸이 피곤해서 잠이 오지 않는 것 같다며 퇴근 후에 평소보다 더 격렬한 운동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 잠에 민감한 사람에겐 격렬한 운동을 잠자기 5시간 이내에 시행할 경우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잠을 잔다는 행위는 하루 중에 가장 심신이 이완된 상태로 빠진다는 의미입니다. 수면 전 격렬한 운동은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킴으로써 잠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니 가벼운 걷기 운동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보는 게 어떨까요?

 

숙면을 방해하는 야식.

배가 고파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며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야식을 먹고 눕는 습관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식사를 하면 5L 내외로 한정되어 있는 혈액이 소화기 계통으로 쏠리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뇌로 흘러가는 혈액량도 줄고 소화를 위해 부교감 신경계가 발동하면서 졸림 현상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순간에도 위, 소장, 대장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야식을 먹고 자면 몸이 붓고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은 덤이겠죠?

잠들기 전에 공복감이 있다면 가볍게 따뜻한 우유 등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불면은 서로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불면증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수면 장애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원인들이 숨어 있습니다. 따라서 여타 다른 질환과 달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1:1 맞춤형으로 생활을 디자인하면서 서로가 노력해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단순히 수면제 한 알만을 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면제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비약물적 접근법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고민하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셔서 함께 삶을 디자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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