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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알아보기] 4. 공황장애가 잘 생기는 성격이 있다? : 공황장애와 성격 특성

기사승인 2019.03.25  0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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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가 잘 생기는 성격이 있다?

공황장애가 다른 이들보다 잘 생기는 성격이 있을까? 격렬한 불안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공황장애는, 정말 ‘예민한 성격’ 탓인 걸까? 불안에 취약한 성격 탓이라면, 그러한 성격을 바꾸는 것이 가능키나 한 걸까? 

불안과 성격의 관계에 대해 많은 학자가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해왔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관해 명확한 답을 내려주는 이론은 없으며, 이론가들의 의견 또한 여러 방향으로 나뉘곤 한다. 하지만 모든 정신과 질환들이 그렇듯, 질환의 발생에는 바탕이 되는 기질과 인식이 있다는 일종의 합의가 있다. 공황장애도 마찬가지다.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공황장애의 시발점이 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불안이 증폭되기도, 혹은 금세 가라앉기도 한다. 이렇게 공황장애가 나타나는 기질적 - 인식적 바탕을 우리는 성격 혹은 스키마(schema)라 부른다.

성격과 스키마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시각과 태도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미래, 그리고 나와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나와 세상, 미래를 대하는 관점에 따라 내적으로는 사고, 감정 및 인식, 외적으로는 행동과 태도가 달라진다. 공황장애 또한 불안에 대한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에 따라 그 경과와 결과가 첨예하게 갈린다. 

사진_픽사베이


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인간의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정신분석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를 위시하여, 많은 학자 사이에 인간 내면에서 나타나는 역동(dynamics)의 바탕이 되는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성격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노력이 인간의 내적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과거에는 성격의 형성에 있어 가족 간의 관계, 특히 부모와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가장 큰 뿌리를 차지한다고 여겼다. 어린아이에게는 부모와의 관계가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세상 그 자체이기에 부모에 대해 가지는 감정, 생각, 정서적 욕구 등이 성격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다. 심리에 대한 이론과 탐구 방법이 부족했던 심리학의 태동기에는 이러한 이론적 배경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부모를 비롯해 성장 과정에서의 중요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개인의 심리적 분석이 행해졌다. 정신분석에서 발전한 다양한 심리적 이론들은 현대 심리학의 토대를 세우는데 큰 공헌을 했지만, 일부 이론은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등 한계도 있었다. 

생물학, 유전학 등의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우리가 ‘성격’이라 부르는 것에도 어느 정도의 생물학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시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키, 피부색, 얼굴 생김새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유전성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취약성, 주변에 일어나는 스트레스에 대한 심리적 - 신체적 민감도 또한 유전될 수 있으며, 결국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성장 과정에서 ‘특정 인물’이 차지했던 절대적 비중이 줄고,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지는 인식에도 객관적인 바탕, 즉 유전적 - 생물학적 원인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성격에 있어 유전적-생물학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의 이론을 종합할 때 개인이 가진 성격은 타고난 기질적 바탕 위에, 성장 과정의 경험이 덧씌워지면서 형성된다는 것이 성격 형성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이다. 

 

불안에 대처하는 태도의 차이 : 성격 혹은 스키마 

Reiss라는 심리학자는 공황장애의 발생에 대해 개인이 가진 불안 민감성(anxiety sensitivity)에 그 뿌리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불안 민감성이란, 말 그대로 개인이 심리적 혹은 신체적 불안 자체에 얼마나 취약한가, 즉 공포에 대한 공포(fear of fear)를 얼마나 느끼는지에 대한 개인차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 민감성의 개인적 차이는 왜 생겨나는 걸까? 

Reiss는 개인차가 생기는 요인으로 삶을 살아가며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한 질병이나 사고를 겪거나, 부모와 같은 중요한 대상을 상실하는 경험을 들었다. 또한, 불안과 관련된 신체 증상들에 대해 부모가 일관적으로 ‘위험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거나, 이에 고통스러워하는 부모를 모델링(modeling, 생활이나 태도를 따르는 것)하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는 성장 과정의 경험이 심리적 - 신체적 불안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불안 민감성이 높다는 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민하고 취약한 성격’과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또, 현재까지 밝혀진 공황장애의 역학적인 요인들을 살펴보면 공황장애를 발생케 하는 위험요인(risk factor)으로 흡연, 알코올, 나이(주로 청-장년)를 꼽지만, 그 외에 사회 경제적 자원의 부족, 생애 초기 외상적 사건 및 학대의 경험과 불안성 기질, 삶에서 경험한 스트레스 사건들도 포함된다. 불안한 기질과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 특히 생애 초기의 트라우마는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며 왜곡된 시각을 만들어낸다. 왜곡된 시각은 부정적인 정서를 더 깊게 만들고, 이에 취약하게 반응토록 만들 것이다. 결국 공황장애가 발생하는 바탕에는 불안을 조장하고, 취약하게 하는 개인적 경험이 있고, 그 경험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불안에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그리고 신체적으로 반응하는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말이다. 

 

공황장애와 관련된 성격적 요소 - 취약성 (vulnerability) 

공황장애는 자신의 신체적 증상들에 대한 불안이 작은 불씨가 되고, 그 불안 자체에 대한 공포(fear of fear)-이를테면, 나에게 큰 질병이 있는 건 아닌지, 이러다 갑자기 죽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쓰러지거나 미쳐버리는 것이 아닌지 하는 공포감-가 불씨를 큰 불꽃으로 발화하게 한다. 증폭된 공포는 삶을 고통으로 뒤덮는다. 공황장애가 나타나고, 생겨나는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성격적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공황장애를 가진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성격적 요소는 ‘취약성(vulnerability)’이다. 취약성은 비단 스트레스나 주변 상황에 대해서 취약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위험한 것’이라 인식하고, 자신의 앞날에 대해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 여기는 태도를 포함한다. ‘근거는 없지만 무언가 위험하고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인식은 공황장애의 초기, 자신의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작은 변화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게 한다. 한두 번의 불안 반응(공황 발작, panic attack)을 경험한 후 이러한 고통이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고, 그 일이 일어나게 되면 죽음, 기절, 혹은 불치의 병과 같은 자신이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들로 이어지게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진다. 결국 일회성일 수 있는 불안 반응이 ‘취약성’의 성격적 요소로 인해 과도하게 커지고, 삶 전체의 제약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취약성은 나 자신에 대한 시각도 포함한다. 이러한 위험과 공포에 대해서, 자신은 도저히 혼자 힘으로 대처할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의지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다. ‘나는 나약한 사람,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는 절대적(이라 여기는) 명제는 불안 반응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결국, 취약성은 공황장애의 발달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우울감, 무망감(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느낌)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나타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진_픽셀


성격적 특성, 취약성을 바꿀 수 있을까?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취약하고 예민한 성격적 요소를 바꿀 수 있을까? 성격은 오랜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에서 굳어진 시각이며, 일종의 패턴이라 할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가듯, 비록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도 습관을 바꾸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테다. 성격을 바꾼다는 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를 막연한 일이기도 하다. 조바심을 갖지 말고, 성격이라는 큰 덩어리를 작은 덩어리로 쪼개고 작은 것부터 바꾸어 나가자. 

불안에 대처하는 시각은 인식, 정서, 행동으로 나눌 수 있다. 인식은 불안 자체에 대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습관적이고 자동적인 생각이다. 나는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이성적인 판단보다, ‘그럴 것 같다’는 식의 막연한 추측으로 ‘최악의 최악’을 가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 걱정하는 일이, 따져보면 비행기를 타다 추락하거나,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가다 벼락 맞는 등의 극히 낮은 확률의 일을 걱정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습관적으로 최악의 일만 가정하는 태도에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최악의 상황을 예측해보고 자신이 대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불안은 ‘무엇인가 벌어질 것’이라 예측하는 알람과 같다. 감정에 근거한 불안정한 인식에서, 이성에 근거한 인식으로 바꾸어 나가는 연습을 통해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씩 희석될 수 있다. 정서와 사고가 변한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습관이 조금씩 바뀐다.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반복적인 연습만이 습관이 되어버린 역기능적 패턴을 바꿀 수 있다. 

성격을 바꾸는 길은 내가 살아온 삶의 시간만큼이나 지루하거나 험난할 터. 하지만 오랜 취약성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을 둘러싼 안개 같은 막연한 불안을 조금씩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변화의 방향을 함께 설정하고, 안내할 수 있는 이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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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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