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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과 자기 탓, 무엇이 건강한 걸까?

기사승인 2019.07.08  04: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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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분노를 다스리며 살아갑니다. 타인과 갈등이 생기면 타협을 시도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지요.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발동되는 자아의 기능을 방어 기전이라고 합니다.

방어기전이란 자아(ego), 본능(id), 초자아(super-ego) 사이에서 현실원칙과 쾌락원칙 간의 균형을 이루는 하나의 스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흔하게 쓰는 방어기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1. 투사(projection)

무언가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의 탓을 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원인이 자기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며 나의 슬픔, 분노의 이유가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사라는 기전은 ‘부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혹시나 내가 실수한 게 아닐까 하는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해 버리는 것이지요. 모든 걸 우선 남의 탓으로 돌린다면 나는 불안과 죄책감으로부터 일시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의 반대로 무조건 모든 일을 내 탓으로 돌리는 ‘내재화(introjection)’라는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전부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건 얼핏 보면 무척 착하고 성숙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분노와 불안을 자신 속에 꾹꾹 눌러놓기만 한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남 탓만 화고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기만 하는 것도 대인관계나 사회적 기능을 망치게 되지만, 자기 탓만 하다 보면 우울증이 오기 싶습니다. 문제의 원인과 변수, 결과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무조건 남의 탓, 혹은 무조건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은 둘 다 건강하지 못한 방어입니다.

 

2. 억압(repression)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욕구나 충동,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기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운 사람을 때리고 싶다, 비싼 물건을 훔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길 때 사회규범과 법, 도덕 같은 초자아의 규칙이 반영되어 참아야 한다는 신호를 받게 됩니다.

흔히 헷갈리시는 개념이 억압과 억제인데, 억압은 나의 욕망을 내가 미처 다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참는 것이고, 억제는 이를 의식적으로 참는 것입니다. 억압은 좀 더 일차적이고 자동화된 반응이라고 한다면 억제는 나의 이성을 한 단계 거쳐서 결정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왜 저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지, 왜 물건을 훔치면 안 되고,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예상한 후에 판단한 결과라는 점에서 좀 더 성숙한 방어기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합리화(rationalization)

합리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아주 흔히 쓰는 것으로 ‘그럴듯한 이유’를 대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핑계나 변명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함으로써 부끄러움이나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정신분석적 정의로는 사회적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충동이나 행동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그럴듯한 이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하는 합리화의 예로 수능을 망쳐서 대학에 떨어진 후 ‘어차피 합격해봤자 등록금만 아깝지’라고 한다거나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차인 후에 ‘연애는 시간과 돈 낭비니 차라리 이득이네’, ‘알고 보면 저 여자는 성격이 이상할 거야, 내가 아까워’라고 생각하면서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쓰는 반응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정신승리, 자기위로와 비슷한 개념의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지요. 

 

4. 퇴행(regression)과 신체화(somatization)

우리가 어떤 문제나 갈등 상황에 닥쳤을 때 불안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게 어려운 나머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며 회피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인답게 문제를 책임지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로 돌아가 면책권을 얻고, 다른 사람(엄마, 보호자 등)이 대신 해결해주기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는 것이지요.

회피나 퇴행을 하면서 우리는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몸이 아프거나 신체적 통증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불안감과 우울감이 해결되지 못한 채 자꾸 쌓이게 되면 우리의 뇌는 이러한 사고와 감정을 신체적인 통증이나 고통, 불편감으로 전환시켜 표현합니다. 너무 싫은 직장 상사와 일을 할 때 배가 아프다거나, 시어머니처럼 부담스러운 분을 만날 때 나도 모르게 어지럽고 두통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상의 방어기제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흔히, 어쩌면 매일 사용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미성숙하고, 건강치 못한 삶의 태도를 모두가 조금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건강하고 성숙한 방어기제(유머나 승화, 이타주의)만 갖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인군자나 봉사, 박애주의자들이라고 해도 항상 내면에 불안과 양가감정, 해결하지 못한 분노 등을 다스리면서 지내는 것이지요.

지나친 억압과 억제도,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는 것도 역시 건강하지 못합니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방어기제에 대한 너그러움과 솔직함, 그리고 균형입니다. 대인관계와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감정을 참아야 할 때와 표현해야 할 때를 깨닫고 알아가는 것. 그것이 조금 더 건강한 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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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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