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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자신감의 이유 - 근자감, 더닝 크루거 효과란?

기사승인 2019.08.07  01: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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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시험날 아침에는 모든 아이들이 긴장을 하게 됩니다. 반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아이도 역시 긴장을 하고 마지막 마무리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공부를 썩 잘 못하는 친구는 다 안다면서 자신감 있게 이야기를 합니다.

​종종 친구들과 경제, 주식, 정치 이슈로 논쟁을 벌이는 일이 있습니다. 서로의 의견이 맞다고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이어집니다. 술이라도 한잔 하고 이런 논쟁이 벌어지면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그리 대단치 않은 내용들일뿐입니다. 깊이 있는 내용이라기보다는 표면적인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서로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에 차 있고 치열한 논쟁이 오갑니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 이제는 흔하게 쓰이는 관용적인 줄임말입니다. "근자감만 가득하다" 등으로 부정적으로 사용됩니다. 비슷한 말로는 '빈 수레가 더욱 요란하다' 등이 있습니다.

앞선 사례와 같이 '근자감'의 이면에는 어떤 심리가 숨어 있을까요?

 

사진_픽셀

 

코넬 대학교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1999년 실험을 진행합니다. 65명의 대학교 학부생을 상대로 이해력에 대한 테스트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적에 대하여 스스로 예상을 해보라고 합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실제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부생은 자신이 상위 40% 이상이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실제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부생은 자신이 상위 30% 이하일 것이라고 자신의 성적에 비하여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단순히 이해력 외에도 운동, 게임, 스포츠, 논리성 등등의 다른 분야 능력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모두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의 실험을 도표로 정리하면.

지혜(wisdom)가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오히려 자신감은 가득 차 있습니다. (peak of stupid) 이 부분이 근자감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학습이나 경험을 통하여 지혜가 증가하게 되고 어느 정도의 역치를 넘게 되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됩니다. (valley of despair)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 정도는 이제는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점차 지혜가 증가하게 되면서 자신감은 점차적으로 상승합니다. (slope of enlightenment)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문가들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 많은 경험, 지식을 얻게 되면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plateau of sustainability) 흔히 말하는 석학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더닝-크루거 실험의 결론을 정리하면,

1. 무지한 사람은 자신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2. 무지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다.

3. 무지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능력 정도를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한다.

4. 능력이 어느 정도 나아지고 나면, 그때서야 자신과 주변의 능력을 평가할 수가 있다.

능력이 부족한지 아니면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게 되려면 어느 정도의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세계 4대 현인 중 하나인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탁을 통하여 그리스의 신들에게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겸손한 사람이었던 소크라테스는 스스로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이 현명한 것이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오랜 시간 여러 사람들을 만난 후에 말을 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최소한 제가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더닝 크루거의 실험에서처럼 능력을 제대로 볼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러야 합니다. 찰스 다윈은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아마 이 말이 근자감의 기저의 있는 심리학일 것입니다.

 

종종 자신감에 가득 찬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말이 안 되는 지시를 내리는 직장 상사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자신감에 가득 찬 잘난 척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잘 모르는 정치 얘기, 경제 얘기를 길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식 동향을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잘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심지어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까지도 몰라서 그러는 것입니다.

​​

자신감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자신감은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때로는 성취를 이루고 발전을 하게 합니다.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는 데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노력/경험이 뒷받침되어야만 합니다. 어느 정도의 고난의 길은 필수적입니다. 계속해서 근거 없이 자신감만 가득 차 있는 경우는 결코 성취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과 주변 사람을 힘들게만 할 뿐입니다.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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