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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우울증 - 가면 뒤로 감춰진 고통

기사승인 2019.09.14  03: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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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성 우울증의 개념과 증상, 진단

[정신의학신문 : 김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요 우울증, Melancholic depression

주요 우울증, 전형적 우울증이라 불리는 우울증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증상들을 보이는 질환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최신판 (DSM-5)의 우울증 진단 기준에 따르면, 9개의 제시된 증상 중 5개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어야 하며, 증상 중의 하나는 반드시 '우울한 기분(슬픔)' 혹은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의 상실'이어야 한다. 우울증의 진단에는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 등이 필요한 게 아니라, 슬픈 기분이나 피로, 활력의 저하, 수면 장애 등의 행동 증상이 관찰되어야 한다.

 

비정형 우울증, Atypical depression

우울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특이한 양상의 여부에 의해 ‘비정형 우울증(depression with atypical feature)’이라는 세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비정형 우울증은 통상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보이는 ‘전형적 우울증(melancholic depression)’의 증세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죄책감, 흥미와 재미의 상실, 즐거운 자극에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통상의 ‘전형적 우울증 (melancholic depression)’과는 달리 비정형 우울증 환자들은 때로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특정 자극에는 즐거움을 느끼고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전형적으로 식욕과 체중이 줄어드는 우울증과 달리 비정형 우울증에서는 식욕과 체중이 왕성하게 늘어나고, 불면증 대신에 과수면이 나타난다.

팔이나 다리가 굉장히 무거운 느낌(leaden paralysis)을 자주 호소한다. 타인에게 거절당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여 대인 관계나 업무에 큰 지장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사진_픽셀

 

가면 우울증 Masked depression

가면 우울증은 비정형 우울증과는 또 다른 형태의 특이한 증상 유형을 나타낸다. 전형적 우울증이나 비정형 우울증과는 달리 아예 우울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의 하루 내내 슬픈 느낌을 보고하지 않고 그 대신 증상을 감추고 가린다(masking). 자신의 고통을 경시하는 행동 방식으로 증상에 대처하여 전혀 우울해 보이지 않는다.

가면 우울증 환자들은 많은 비율에서 두통, 요통, 복통, 흉통, 저리는 느낌 등 신체 호소가 잦다. 게다가 슬픔이나 흥미 상실 등의 고통을 표현하는 대신 강박적인 행동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일 중독(workholic), 도박 중독, 기타 약물이나 물질 중독에 쉽게 빠진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현재보다는 가면 우울증에 대한 연구 보고가 훨씬 활발했고, 그에 따르면 가면 우울증은 상당히 흔한 질환이다. 명백히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우울증만큼이나 흔하다고 보고된다.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중년 이후가 가장 흔하다.

어떤(우리) 문화권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한 태도이며, 특히나 슬픔 등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고통을 노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된다. 아시아 문화권 국가들의 보고에 따르면, 우울증의 증상 호소가 쉽게 허용되는 문화권의 국가들에 비해 가면 우울증의 유병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또 어떤(우리) 사회에서는 문화적으로 이미 정해진 남성성과 여성성의 개념에 의해, 남성들은 우울이나 불안과 관련된 고통은 극도로 숨기려고 애쓴다. 반면 청소년과 아동층에서는 문화권에 상관없이 이러한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청소년의 경우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 대신 짜증과 반항 등이 늘어난다. 극도로 증상을 숨기는 질환을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나 겪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가면 우울증의 증상

가면 우울증에 대한 공식적인 진단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비정형 주요 우울장애의 일종으로 가면 우울증을 간주하지만, 명백히 다른 면이 존재한다. 몇 가지 제한적인 자료들에서 제시하는 가면 우울증의 양상은 다음과 같다.

• 주요 우울장애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먹고, 잠을 자는 패턴이 변화하고 약물이나 알코올 문제가 발생한다. 식욕 부진 혹은 과식욕, 불면증이나 과수면, 알코올 중독 등.

• 억지로라도 행복함을 느끼려는 경향을 보이고, 논쟁거리는 피하려고 노력한다.

• 인생의 의미나 사후 세계 등 뭔가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숙고하는 모습을 보인다.

• 염세주의 경향, 공허감, 정신적인 위축감

• 감정이 격해지고 때로는 감정 폭발, 물리적 폭력성

•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는, 다시 그걸 얼버무리거나 빠져나가려 한다.

• 빈번하게 주변에 거짓말을 하거나 둘러대어 가며 사교적인 자리를 회피한다.

• 이비인후과적 가면우울증 증상, 이명·갈증·미각 이상·목의 이물감 등

• 내과적 가면우울증 증상, 위 불쾌감·복부 팽만감 등 위통, 가슴이 계속 두근거려 심혈관 질환을 의심하며, 흉부압박감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기도.

• 요통, 관절통, 근육통, 비뇨기과적 증상으로 성욕감퇴나 빈뇨·배뇨곤란 등

그러나, 누구나 때때로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고, 전보다 비관적으로 되는 기간도 있으며,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때도 있을 수 있다. 위의 증상들이 가면 우울증에 어떠한 진단적 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면 우울증의 평가

자신의 증상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사람의 우울증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가 수행하는 철저한 진단 평가가 필요하다. 정신의학적 면담, 진단적 평가 척도, 가까운 가족이나 친우 등과의 면담, 환자의 행동 양상 관찰 등의 방법을 통해 진단과 평가를 진행하는데,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는 훈련받지 않은 눈으로는 명백하기 파악하지 못하는 우울증의 숨어있는 증상들을 식별할 수 있다.

언론 매체에서는 쉽게 표현하지만, 간단한 절차를 거치는 건강 검진 등을 통해서 DSM-5에 기술된 우울증이나 정신 건강 문제를 신뢰성 있게 진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개인의 행동을 유발하는 문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평가와 진단 방법에 대해 훈련받는다. 이러한 평가가 항상 전적으로 정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에 대한 진단은 신뢰할 수 있다.

환자의 연령이 고려되어야 한다. 종종 우울증의 증상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젊은이와 노인들의 증상 양상은 젊은 성인과 중장년층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문제나 심혈관 문제 등 동반되는 질환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의 문화적 배경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적 규범으로 인해 기분이나 다른 정신 건강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과 태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명백한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고, 기능적으로 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서 문제를 발견해 내야 하는 상황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드문 과제는 아니다. 전문적으로 훈련되고 경험이 있는 임상의사들은 불안, 심리적 외상 및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 성격 장애, 정신 질환 등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정신의학적 영역에서 그런 과제에 꽤 자주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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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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