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내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 애착, 그 3가지 유형

기사승인 2020.06.02  07:55:11

공유
default_news_ad1

[정신의학신문 : 구로 연세 봄 정신과, 박종석 전문의]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인간의 성격과 기질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믿었습니다. 부모와의 교감, 감정의 전달, 유대감들을 attachment(애착)라고 명명하였으며 아동기는 물론, 그 사람의 인생 전반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낯선 환경실험이라는 연구를 통해서 애착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A형 – 불안정 회피형 (25%)

어머니가 자리를 비웠을 때 처음에는 불안해하다가 어머니가 돌아오는 것을 포기해버리는 유형입니다. 자기는 원래 사랑받을만한 존재가 아니라며 어머니에 대한 믿음을 놓아버립니다.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고 눈을 피합니다. 또다시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 거라 생각하기에 상처 받기 싫어서 믿음과 기대를 미리 포기해버리는 것입니다.

저희 병원엔 실제로 A형 애착 type을 가진 사람이 많이 찾아옵니다. 이들은 3세 이전,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모의 맞벌이로 혼자 남겨졌거나, 할머니 손에서 자란 이들, 혹은 어머니가 아파서 투병을 하느라 홀로 남겨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처음엔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그러다 눈치를 보지요. 몸으로 느낌으로 아이는 어머니와 자신, 그리고 집안의 공기와 분위기를 읽으려 합니다. "왜 엄마가 안 오지?" 하는 의구심은 곧 불안으로 바뀝니다. 어린아이가 그 불안에 오래 노출되면 지친 나머지 “그래 난 원래 혼자야,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고 포기해 버리는 것입니다.
 

나를 좀 봐달라고, 사랑해달라고 떼를 써봄 직도 한데 왜 이렇게 빠른 포기를 하는 걸까요? 

그것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 더 고통스럽고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기대와 희망이 배신당할 때의 아픔과 절망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기에 이 유형의 환자들은 학생이 되어서도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들의 눈치를 보고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자기주장이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곤 합니다. 앞에 나서지 않으며 속상한 일이 있어도 별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차피 내 마음을 얘기해봤자, 이해나 공감을 받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이들은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겠지, 행복한 날이 오겠지'란 기대 역시 별로 하지 않습니다. 

A형 타입은 내성적이지만 착하고 배려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항상 손해보고 혼자 속상해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B형 – 안정형 애착 (50%)

3가지의 애착 유형 중에 가장 안정적인 타입입니다.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면 잠깐 어머니를 찾으며 불안하다가 곧 자기 혼자서 잘 놉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면 무척 반가워합니다. 이들은 어머니가 자기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돌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불안을 자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입니다. 자존감이 높아서 “내가 하는 일은 분명히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이 있고 실패해도 회복이 빠릅니다. 자신에 대한 자아효능감도 높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입니다.

(존 볼비와 그의 제자 에인스워스는 안정형 애착이 전체의 50%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2020년 현재에는 이 비중이 1/3 이하로 줄었다고 생각합니다.)

B형은 정서적으로 무척 안정적이며 부모와의 관계도 트라우마나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부모가 자신을 당연히 사랑할 거라는 믿음이 있는데, 소위 말하는 ‘구김살이 없고’ ‘그늘이 없는’ 인상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A형이나 C형의 사람들이 볼 때는 무척 걱정할만한 위기상황에도 안정형은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합니다.
 

‘넌 뭘 믿고 그렇게 긍정적이냐?’라고 주변에서 묻기도 합니다. 그 믿음의 근거는 유아기 때 그들이 부모에게서 받은 무조건적인 애정 덕분입니다. 물론 안정형 애착의 사람이 병원에 상담을 오기도 합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이들이라 해도 인생의 슬픔과 위기는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시험에 떨어지고, 실연에 빠지거나 사업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비교적 빨리 아픔과 우울에서 벗어납니다. 영아기, 유년기 시절 부모가 전해준 애정과 믿음이 ‘나는 항상 결국엔 잘 될 거야.’라는 긍정과 확신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친구나 동료가 하는 위로와 조언을 흘려듣지 않고 자신을 위한 양분과 에너지로 자연스레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말과 눈빛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보여준 따뜻함을 떠올리기에 상대방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C형 – 불안정 저항형 (15%)

어머니가 없어지면 끊임없이 불안해합니다. 울면서 소리 지르고 아무리 다른 사람이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A형처럼 포기하거나 B형처럼 혼자 놀지 못하고 목이 쉴 때까지 울고 지속적으로 엄마를 찾습니다. 엄마가 나를 버리고 도망가려 한다면 강제로라도 나에게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는 집착적인 유형입니다.

이들은 심지어 엄마가 돌아와서 안아주고 달래도 계속 웁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갈구하는 것입니다. 엄마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동생을 때리거나 엄마를 꼬집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등감과 경쟁심, 욕심이 많은 타입입니다.

어렸을 때 이들은 ‘유별난’ ‘키우기 힘든’ 아이로 인식됩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욕망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저항형 타입이 학교에 가서 또래 집단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회피형 타입과 안정형 타입이 초식동물에 가깝다면 저항형 타입은 육식동물입니다. 항상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주목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의외로 친구들 사이에서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나서는 일을 좋아해서 반장이 된다거나 나쁜 쪽으로는 일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에 오시는 저항형 타입의 사람들은 자주 타인을 의심하고 화를 내곤 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양극단을 오가는 탓에 성인이 되어 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저항형 유형의 사람들이 너무 감정적이며 때로는 거칠다고 불편해합니다. 실제로 저항형 타입은 자신에게 무척 관대하고 개인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관심이나 애정, 존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상대방에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때로는 미성숙하고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회피형 타입과 안정형 타입의 사람들이 저항형을 싫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과 다른 점을 부러워하고 ‘아 나도 가끔은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C형은 가만히 있는 것, 정체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변화를 추구하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요. 타인의 생각을 절대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심하고 생각하면서 자기주장을 피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만 발전을 이뤄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와의 애착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새로운 관계와 경험이 미래를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와 사랑하는 사람의 애착에 대해 알고 공부해야 합니다. 서로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그 애착과 결핍을, 상처를 알아가며 보듬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애정과 관심을 받을 수도 있고, 똑같은 상처를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나의 타인의 과거를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 그것이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위한 첫걸음이니까요.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