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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만 되면 한잔 생각이 간절해요 - 알코올 중독

기사승인 2020.07.26  02: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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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일제강점기인 1921년 현진건은 ‘술 권하는 사회’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소설에서 작가는 매일 술을 벗 삼아 고주망태가 되어 집에 들어가는 주인공이 그렇게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우리 사회가 술을 권하는 사회라서 그렇다고 강변한다. 나약한 지식인의 허튼 변명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당시 술 인심은 후했다.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음주와 가무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지 현대인들도 술 마시는 걸 즐긴다. 직장인들은 회식이 잦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마실 때도 있지만, 별 약속이 없는 데도 퇴근 시간만 되면 괜스레 술 한잔 생각이 나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술자리가 마련된다. 

기뻐서 한잔, 슬퍼서 한잔, 기분 좋아 한잔, 기분 나빠 한잔……

퇴근길 술 한잔이 종일 치이고 시달린 직장인들의 고단함과 쌓인 시름을 가뿐히 덜어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생활 리듬을 깨뜨릴 뿐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흡연에 의한 사망자 수보다도 음주에 의한 사망자 수가 더 많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가 2.7퍼센트인 반면, 음주로 인한 사망과 장애는 3.5퍼센트에 달한다. 음주의 해악이 강조되면서 선진국들의 알코올 섭취량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알코올 섭취량이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인다.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14.8리터로 세계보건기구 회원국 중 13위를 차지한다. 도수가 높은 증류주만 놓고 봤을 때는 단연 세계 1위다. 예나 지금이나 술 권하는 사회가 맞는 듯하다.
 

사진_픽셀


알코올 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의 뇌 속에는 생존이나 종족 보존에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쾌락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과 측좌핵(Nucleus Accumbens, NAC)이라는 부위인데, VTA가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NAC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와 유사한 물질이 분비됨으로써 비정상적인 쾌락을 유발한다. 한 번 쾌락을 맛본 뒤에는 계속해서 음주에 대한 갈망을 일으키며, 그만 마시고자 하는 이성적 판단과 조절 능력이 자꾸 사그라지도록 만든다.

한편 알코올 중독 환자의 가까운 가족에게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쌍생아 연구에서 이란성에 비해 일란성이 일치율이 훨씬 높으며, 알코올 사용 장애의 60퍼센트를 유전적 요인으로, 나머지 40퍼센트를 환경적 요인으로 평가하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봤을 때 유전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우울증, 열등감, 불안감 등을 알코올에 의존해서 해소하려는 심리적 요인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알코올 중독에도 내성과 금단증상이 있다. 자주 마시면 주량이 늘어나면서 더 독한 술을 찾게 되고, 금주를 결심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게 되면 가슴이 뛰고 손이 떨리는 증상부터 혈압 상승, 호흡 증가, 경련이나 발작 심지어 섬망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의 초기 증상으로 잘 알려진 것은 ‘블랙아웃(black-out)’이다.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뒤 기억이 단절되는 증상으로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다. 만취해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와 샤워한 후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튿날 깨어 보니 전날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과음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이런 일을 경험했다고 한다. 과음한 뒤 블랙아웃 현상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인지 기능이 영구히 손상되는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알코올 중독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다음과 같이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첫째, 술을 끊고 예전의 정상적 생활을 회복하고자 하는 본인의 자발적 의지를 유도하는 동기 강화 치료다.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동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둘째, 음주와 연관된 사고와 행동 패턴의 변화를 유도하는 인지행동치료다. 음주를 지속시키는 생각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좀 더 건전한 방식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익힌다. 

셋째, 환자에 대한 개인 상담과 별도로 가족에 대한 상담 치료를 진행한다. 알코올 중독자의 가족은 부부갈등, 가정폭력, 자녀갈등의 문제로 우울증 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넷째, 약물을 사용한 치료다.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라는 약물은 자꾸만 술을 마시고 싶게끔 갈망을 유발하는 뇌의 신경 부위에 직접 작용하여 이러한 갈망을 누그러뜨린다. 

다섯째, 알코올 중독자들은 대부분 비타민 B1 결핍증을 겪게 되므로 부족한 영양을 충분히 보충해준다. 비타민 B1 결핍증은 기억력 저하, 걸음걸이 이상, 뇌 손상 등을 일으킨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대단한 애주가였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술이 내게서 앗아간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은 것이 더 많다.”

하지만 그의 말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오래전부터 프랑스에는 이런 격언이 전해져 온다. 

“악마가 사람을 찾아다니다가 바쁠 때는 자신을 대신해서 술을 보낸다.”

술은 인간이 만들었다. 인간을 위한 음료일 뿐이다. 거기에 지배당해 돈과 시간과 건강을 잃고 급기야 직업과 가족까지 잃는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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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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