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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걱정은 대처능력을 저하시킨다

기사승인 2020.08.28  07: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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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장원의 ‘직장 남녀를 위한 오피스 119’ <9>

[정신의학신문 :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항상 부정적인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최악만 님

그는 차분하고 안정된 성격의 소유자다. 업무 스타일도 꼼꼼해서 좀처럼 실수하는 일이 없다. 그가 일에 한창 열중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편안하고 믿음직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오늘 평소 그답지 않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거래처에서 갑자기 클레임이 들어왔는데,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얼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업무였음에도 수습을 하지 못하자 부서 선배 한 사람이 부랴부랴 발송 물량과 품질 상태 등을 확인한 다음 공장과 배송 업체 그리고 거래처 등을 오가며 진땀을 뺀 끝에 겨우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그는 멈춰버린 자신의 머리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불현듯 지난해에 있었던 비슷한 사고가 생각났다. 그때도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였기에 너무 당황한 그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 사태를 수습한 적이 있었다.

‘나는 왜 갑작스러운 일만 생기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사진_픽셀


평상시 그가 보여준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은 일의 결과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남다른 습관 때문이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 이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판단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게 아니라 부정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익숙했다. 전혀 벌어지지 않을 돌발적인 사고, 발생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자연재해, 이런 것까지 모두 생각하다 보니 일이 잘될 가능성보다는 잘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했음에도 결과가 괜찮다는 판단이 서거나 자신이 해결할 자신이 있는 경우, 또는 그 정도는 별일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라야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그가 맡은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매사 부정적인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그의 습관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벌어진 돌발 상황 앞에서는 아무런 능력도 발휘되지를 못했다. 

 

병원을 찾은 최악만 님과 몇 차례 상담 치료를 하다 보니 그에게는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부정적인 영향이 남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의 부모님은 지나칠 정도로 걱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부모님의 이런 과도한 걱정 패턴은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전수되었다.

“엄마, 나 피아노 배우고 싶어.”
“너 정말 피아노 계속할 수 있을 거 같니? 전에도 태권도 배우다 곧 그만뒀잖아?”

“아빠, 나 자전거 타고 싶은데, 사주면 안 돼?”
“자전거가 얼마나 비싼데 그래.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며 자전거는 언제 타려고?”

매사 이런 식이었다. 아들을 위해서 하는 말 같지만, 실은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예단해서 걱정함으로써 미리 포기한다면 아무런 염려 없이 마음 놓고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어린아이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하는 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가능성은 적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둠으로써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 적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결과를 생각함으로써 일을 그르치지 않았다는 몇 번의 경험은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패턴을 더욱 강화하도록 만들 뿐이었다. 그리고 항상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는 무슨 일만 하려면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온갖 걱정거리를 등에 잔뜩 짊어지고 사는 사람 같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갑자기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면 어떻게 하지?’
‘공항에 도착했는데, 다른 사람 짐은 다 나오고 내 짐만 나오지 않으면 어쩐다.’

여행 한번 마음 편히 다녀오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주문 같은 게 생겼다.

‘나에게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안 돼. 당황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야.’

이런 이상한 주문은 그에게 점점 신앙심 비슷한 것으로 굳어져 갔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건강한 사람에게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것만 바라보라는 게 아니다. 부정적인 결과를 그려봤다면, 그만큼 긍정적인 결과도 그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억지로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양쪽을 다 보게 된다. 

인간의 뇌에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있다. 뇌가 외부환경의 양상이나 질에 따라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특성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게 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과 반대쪽에 있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자꾸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양쪽을 다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만 생각할 때는 모든 일이 무겁고 힘겹게 받아들여지면서 갑작스레 생긴 일에 대처하기 어렵지만, 최선의 경우를 동시에 생각함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되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받아들이게 되고, 느닷없이 벌어진 일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게 된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뭔가 고민이 있을 때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하는 게 좋다.

1. 무슨 일이든 항상 최악의 상황만 가정할 게 아니라 최선의 결과도 함께 그려본다.
2. 매사 최악과 최선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사이에 있는 다양한 결과도 두루 생각해본다.
3. 가능성이 가장 많은 상황이 뭔지 혹은 각 결과의 발생 확률은 얼마인지 추정해본다.
4.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지 찾아본다.
5. 결과가 예측대로 되었는지 확인해본다. 
 

또 하나, 매일 <희망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구나 걱정할 일은 생긴다. 그렇지만 최악만 님처럼 항상 걱정거리를 등에 짊어지고 살지는 않는다. 그만큼 희망적인 일, 긍정적인 면도 동시에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그걸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희망의 불빛과 긍정의 메시지를 포착해서 누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 바로 <희망일기> 쓰기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기대되는 일을 적거나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일을 적는다. 짧아도 괜찮다. 희망은 쓰면 쓸수록 재생산되는 화수분이다.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 그 일에 대한 기대를 가져야 한다(You have to expect things of yourself before you do them).”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이 한 말이다. 긍정적 시각으로 기대의 시간을 보낸 사람과 부정적 시각으로 걱정의 시간을 보낸 사람의 인생 결과가 얼마나 다를지는 보지 않아도 익히 알 수 있는 일이다.

 

※ 본 기사에 등장하는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가공된 것으로 실제 사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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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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