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끊고 싶지만 끊을 수가 없어요 - 포르노 중독

기사승인 2020.10.12  02:16:39

공유
default_news_ad1

- 전형진의 <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 (9)

[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문형욱과 공범 안승진의 얼굴이 얼마 전 공개됐다. 안승진은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 ·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돼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송치되기 전 안동경찰서 앞에서 기자들이 범행동기에 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것 같습니다.”

검찰은 최근 KBS 연구동 내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된 개그맨 박모 씨에 대한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하면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은 초소형 카메라를 구매해 설치한 뒤 장기간 불법 촬영을 했습니다. 신뢰 관계에 있는 직장 동료를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엄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각종 성범죄와 관련된 뉴스는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을 정도다. 범죄의 양상도 천차만별이지만, 범죄자들의 면면 또한 대학생, 회사원, 공무원, 군인, 연예인, 유명 방송국 앵커 등 멀쩡한 직업과 외모를 가진 사람들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겉보기에 아무 이상도 없는 사람들이 왜 이런 파렴치한 범죄의 늪에 빠져들게 된 것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들 대부분은 포르노 중독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포르노 중독(pornographic addiction)이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포르노그래피를 탐닉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우연히 혹은 호기심으로 포르노그래피를 접한 뒤 점차 이에 빠져들어 한 번 포르노그래피를 접하면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집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어지간한 수위의 포르노그래피에는 무감각해져 더욱 새롭고 자극적인 걸 추구한다. 그러다 보면 포르노그래피 속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가 되기도 하고, 포르노그래피 속의 주인공처럼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충동을 제어하지 못해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범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해도 홀로 포르노 중독에 빠져 고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이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 머무는 동안 포르노그래피를 접할 시간과 기회가 많아진 탓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로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모든 사람이 포르노그래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클릭 한 번, 터치 한 번이면 수많은 포르노그래피를 무한대로 접할 수 있는 세상 속에서 포르노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양산되고 있다.

 

포르노 중독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인간의 뇌에는 보상회로(reward pathway)라는 시스템이 있다.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거나 성적 행위를 하게 되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자연보상이 이루어진다. 생존에 필요한 이런 즐거운 감정은 보상 효과와 연결되어 행동을 반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보상회로의 주요부위는 복측피개영역과 중격측자핵 그리고 전전두엽 피질이다. 복측피개영역의 뉴런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중격측자핵과 전전두엽 피질로 분비된다. 이 회로는 자연보상뿐 아니라 약물 같은 인위적인 보상 자극에 의해서도 활성화되어 도파민을 분비함으로써 기쁨과 쾌감을 맛보게 한다. 이처럼 보상을 느끼도록 분비되는 물질이 도파민이다. 

그런데 포르노그래피를 보고 쾌감을 느껴 이를 반복하면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어 뇌에 물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전전두엽 피질에 변화가 생기면서 의지력이 점점 상실되고, 중독 대상에게 지나치게 몰입하며, 탐닉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중독 대상 외에는 흥미가 일어나지 않고, 몰입되지도 않으며, 동기나 의욕이 솟아나질 않는다. 포르노그래피를 보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자연히 삶이 무기력해지면서 더욱 강한 자극을 갈망하게 된다. 

 

사진_픽사베이

 

포르노 중독에 빠지면 인간의 몸과 마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뇌가 포르노그래피를 보면서 자극받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된다. 학업, 운동, 일, 취미 심지어 연애까지 모두 지루하다. 포르노그래피에 비하면 자극적이지 않고 시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포르노그래피 시청을 줄이거나 중지하면 안절부절못하거나 과민해지는 까닭에 번번이 실패한다. 당연히 결혼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런 자신을 자책하면서 우울과 불안에 빠지기도 한다. 신체 이미지나 성 기능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자기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까닭에 발기 부전과 조루증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포르노 중독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인 청소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미디어의 범람과 전자기기의 발달로 포르노그래피를 경험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남학생의 경우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포르노그래피에 접속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에 대한 가치관과 윤리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아무런 여과 장치도 없이 포르노그래피를 접하는 것이다.

자신이 시나브로 포르노 중독에 빠져들고 있는 사람조차 이런 식으로 핑곗거리를 찾는다. 

“호기심으로 잠깐 보는 거니까 괜찮아.”
“이게 다른 사람한테 해를 끼치는 건 아니잖아?”
“나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안 볼 수 있어.” 

이렇게 처음에는 그저 무료해서, 재미 삼아,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반복하면서 취미가 되고, 중요한 삶의 수단이 되다가, 스스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에 이르게 된다. 

미국 상담심리학자인 데니스 프레드릭은 저서 『달콤한 포르노그래피(원제: Conquering Pornography Overcoming the Addiction)』에서 포르노 중독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한 개인이 음란물에 심취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때로 외로움 때문에 음란물에 끌릴 수도 있고, 건강한 관계들을 누리지 못해 음란물에 빠지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박탈감 때문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분노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받을 자격이 있다는 감정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거나,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는 것이다.”

 

포르노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첫째, 우선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다른 중독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보는 거라는 식의 변명이 있을 수 있지만, 내 실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중독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포르노그래피 시청에 빠져드는 계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성생활이 지루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을 때 혹은 다른 스트레스로 몹시 힘든 상황에서 포르노그래피를 통해 일시적 만족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스트레스나 관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담을 받거나 운동이나 다른 여가활동 같은 대체물을 찾아야 한다. 

셋째, 포르노그래피를 습관적으로 시청하는 패턴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항상 저녁 시간에 이를 탐닉하는 사람이라면, 저녁 시간에 운동에 몰입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중독을 유발하는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다.

넷째,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치유하기 어려울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갈망을 줄이기 위해 도파민 분비를 차단하는 약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나이 어린 학생들은 무엇보다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부모와 따뜻한 교감을 나누면서 대화가 잘 이루어진다면 아이가 혼자 방에서 은밀히 포르노그래피를 탐닉하는 시간을 갖기 어렵다. 무슨 일이든 부모와 의논하고 대화할 수 있는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관찰하다가 포르노그래피를 자주 보는 것 같으면 컴퓨터를 거실로 옮기거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따로 정해줄 수도 있다. 부모가 먼저 성교육을 받고 난 뒤 자녀 나이에 맞게 올바른 성교육을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캠핑, 취미, 스포츠 활동을 하거나 자녀가 친구들과 어울려 봉사나 사회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학교에서는 체계적인 성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성교육 시간조차 채우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전문적인 성교육 강사도 확보되지 않아 성교육 시간이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많다. 아이들이 또래들과 많은 시간 머무는 학교 공간은 성교육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에 능한 청소년들이 수많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메시지를 선택해 이용하고, 저질의 메시지는 차단해서 접근하지 않는 능력과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미국 작가 프랭크 요크와 잔 라루가 공동 집필한 『포르노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라(원제: Protecting your child in an X-rated world)』에는 포르노그래피를 ‘야동’이라는 귀여운 별칭으로 부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포르노 산업은 정말 심각한 산업이다. 당신의 자녀가 성범죄자가 될 수 있고, 포르노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까지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웹상에서 다양한 성을 다루는 사이트를 보고 성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품게 될 것이다. 포르노의 유혹에 굴복한 아이는 최소한 센터폴드 증후군(포르노를 많이 본 남자가 여자를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보고 한 여자와 건강하고 지속적이며 인격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현상)으로 발전할 소지를 안고 있다.”

 

*  *  *
 

정신의학신문 마인드허브에서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20만원 상당의 검사와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다른기사 보기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