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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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는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B. F. Skinner)의 실험심리학에 근간을 두고 발전된 학문으로 그 효과가 인정되면서 지적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의 치료는 물론, 일반교육 현장이나 복지, 사회정책 등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응용되고 있습니다.  

ABA의 주요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문제행동의 중재 및 적절한 환경의 조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줄이고, 반대로 바람직한 행동은 늘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비단 전문적인 치료 장면에서뿐만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누구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면, 양치질을 싫어하는 자녀에게 “하루 세 번 식사 후에 양치질을 다 하면 좋아하는 젤리를 줄게.”라는 말로, 아이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식으로 말이죠. 여기서 젤리는 부모가 아이에게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강화(reinforcement)’한 ‘강화제(reinforcer)’로 쓰였습니다. 이렇듯 강화와 강화제는 ABA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만큼 ABA를 실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이자 실행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바람직하지 못한 아이의 행동을 줄이는 데는 ‘약화(punishment, 벌)’라고 하며, 이를 유도하는 활동이나 물건을 ‘혐오제(punisher)’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교정하고 싶거나 그 빈도를 줄이고 싶을 때 흔히 그 자리에서 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식사 시간에 식사에는 집중하지 않고 장난만 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아이에게 올바른 식사 예절에 대한 훈육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훈육하는 것만으로는 아이가 즐겁게 식사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에게 잘한 행동에 대한 칭찬(언어적 강화)을 거의 하지 않거나, 아이가 힘든 일을 참고 견뎠을 때 그에 대한 보상(강화제)이 제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아이가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식사에 집중하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는 생선이랑 시금치를 진짜 잘 먹는구나. 키가 쑥쑥 자라겠는걸. 정말 멋있다!”라고 칭찬과 격려 등의 언어적 강화를 제공하거나 아이가 지금처럼 식사가 끝날 때까지 잘 집중한다면 뒤이어 아이가 좋아하는 강화제의 제공을 약속해 바람직한 행동을 조성하거나 증가시키도록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로 하여금 바람직한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강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 아이가 좋아하는 강화제 리스트 만들기

자폐 아동과 같이 신체감각이나 자극에 예민하고, 언어 및 감정적 상호작용에 특히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아이가 선호하는 강화제를 찾는 데 보다 많은 노력과 세심함이 요구됩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또래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활동이나 좋아하는 캐릭터, 장난감 등이 이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따라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이를테면 활동이나 놀이, 장난감, 물건, 칭찬, 음식, 장소, 노래, 상호작용 방식 등등 아이에게 강화제가 될 만한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 두면, 부모는 물론 어린이집 같은 기관이나 교사, 전문 치료사 등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직접 좋아하는 것들을 질문하거나 주기적으로 아이의 선호도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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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 행동을 향해 스몰 스텝으로 접근하기 

궁극적으로는 아동에게 도움이 되고 아무리 바람직한 행동과 목표라도 지금껏 해 본 적 없거나 익숙지 않은 행동을 갑자기 능숙하게 하거나 습관처럼 만드는 것은 보통의 아이들이나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단 몇 차례 만에 또는 단기간에 아이가 목표 행동을 달성할 거라고 기대하기보다 하나의 목표 행동을 몇 가지 작은 목표 행동으로 나누어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수행해 나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스몰 스텝(small step)’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목표 행동을 향해 스몰 스텝으로 접근함으로써 아이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 행동의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모는 목표 행동의 성취 여부와는 상관없이 아이가 그것을 시도하거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많은 칭찬과 격려를 제공해 주며,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강화제를 제공하는 것으로 목표 행동을 강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 계속 강화와 토큰 경제 활용하기

아이가 목표 행동이나 바람직한 행동을 수행했을 때 직후에 바로 칭찬이나 강화제를 제공해 주는 것을 ‘계속 강화’라고 합니다. 새로운 행동을 가르치거나 목표로 한 행동을 강화해 나갈 때는 이렇게 계속 강화를 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목표로 했던 행동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거나 계속해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칭찬이나 강화제 제공의 횟수를 줄여 나가면서 가끔씩만 제공해 주는 ‘간헐 강화’로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도록 합니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는 아이가 목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바로 강화물을 제공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이럴 때는 ‘토큰 경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여기서 ‘토큰’이란 실물이라기보다 일종의 적립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커피숍과 같은 매점에서 일종의 쿠폰을 주고 음료 한 잔을 사 마실 때마다 도장을 찍어 주고 도장 열 개가 다 채워지면 무료로 음료 한 장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죠.

마찬가지로 토큰 경제란,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 주거나 점수를 준 다음 일정한 기준을 채우면 약속된 강화물을 주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도록 허락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ABA란 그 원리나 핵심 개념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응용 분야와 대상, 방법론적 측면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다양하고 또 세부적인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ABA를 실행하고자 하는 아동이 처한 환경이나 장애의 특성, 발달 정도, 개인적 요인 등을 고려한 아동 맞춤형의 개별적 접근이 필수적이죠.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기록이나 분석을 통해 아동의 발달 상태 및 목표 행동 달성, 그 과정을 끊임없이 체크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반영함으로써 아이의 성장을 도우려는 실제적인 노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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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노우에 마사히코 저(2018). 집에서 하는 ABA 치료 프로그램. ㈜. 예문아카이브.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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