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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여는 비법, PACE!

기사승인 2018.05.17  07: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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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최정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도통 아이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자기 속마음 얘기를 잘 안 하고, 민감한 얘기를 꺼내면 싸우게 돼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엄마는 자기 배로 낳은 아이인데 전혀 속을 알 수 없다며 답답하다 못해 화병이 걸리고, 부모역할을 잘못했나 자책도 하며 가슴앓이를 하는데, 막상 진료실에 들어온 아이의 표정은 무심한 경우가 많다.

 

"엄마요? 얘기해봤자에요. 맨날 자기 얘기만 하고, 내 얘긴 하나도 안 들어줘요."

아이가 보기에는 엄마가 문제라는 것이다. 여러 번의 대화 시도(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져 정작 엄마는 자각 못하는 경우가 많다)에 대한 엄마의 반응에 좌절한 아이가 의도적으로 입을 다문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대놓고 얘기해봐야 관계만 나빠지고 얻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경험적 확신을 가진 아이는 부모를 자신의 삶에서 소외시킨다. 아직은 부모님한테 받아내야 할 것들이 많으니 그냥 참고 산다는 식으로 수동적 반항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아이의 행동은 부모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고 화내게 만드는데, 서로 간에 대화가 없으니 부모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장기로 치면 車(차) 떼이고, 包(포) 떼인 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진로와 친구관계, 정서적인 면에서 부모가 필요하다. 그래서 부모를 소외시킨 아이들은 지나치게 밀착된 또래관계, 인터넷, 게임 등에서 위안을 얻으려 하다가 자기 나이에 맞는 발달과업을 이루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그렇다면 거부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도움이 되는 여러 자세가 있겠으나, 오늘은 PACE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PACE는 Playfulness, Acceptance, Curiosity, Empathy의 첫 단어를 딴 것으로, 우리말로는 유쾌함, 수용, 호기심, 공감으로 번역해볼 수 있다. 

이는 사실 가족치료에서 치료자가 가져야 하는 입장으로 강조되어온 항목인데, 아이들 상담에서도 참 유용한 방법이므로 일반인인 부모들도 이것을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아이와의 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좀 더 풀어서 말해보면 PACE란, 너무 심각하지 않고 덜 부담스럽게, 유쾌하고 가벼운 태도로 아이를 대하면서, 아이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인정하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질문한 뒤에 아이의 입장을 공감해 주는 태도를 말한다.

일견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내용이나 실제로는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다.

"그렇게 받아만 주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텐데요? 공부도 안 하고 맨날 게임만 하고, 놀기만 하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나요?"

그런 걱정이 왜 안 들겠는가. 하지만, 그냥 두면 달라질까? 많은 아이들이 이미 엄마 몰래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나고 있다. 

 

가만두면 아이가 망할 것이라는 생각도 지나친 확대해석의 결과이다.

잘 얘기해보면 아이들도 자기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다. 다만 그 고민을 부모와 나누고 싶지 않기에 미해결 상태로 미루어두거나, 또래 간에 머리를 맞대어 어설프게 해결하는 것뿐이다.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인생을 그래도 먼저 산 선배인 부모가 조언해주고 도와줄 수 있게, 마음문을 열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 PACE의 태도를 가지게 되면 아이가 부모를 믿게 되고, 그 이후에 하는 조언은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뒤에 내리는 결정은 또 아이의 몫임을 인정하자. 

 

부모들이여! 제발 심각하지 말자.

유쾌하게 사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도 유쾌함을 닮아갈 것이다.
수용하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도 부모의 의견 차이를 수용할 것이다.
호기심을 갖고 서로 이야기할 때 진정한 이해와 깊은 성찰이 이루어질 것이다.
공감하는 부모와 상호작용한 아이는 공감능력을 통해 사회에서 리더로 자랄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PACE 하며 내 아이의 부모로 맘껏 살아보자.

 

 

최정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maumgreen@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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