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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대인관계가 너무 어려워요. 도와주세요

기사승인 2018.09.15  0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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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저는 중3 여학생입니다. 우연히 정신의학신문을 알게 되었고 제 상황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서 정신의학신문에 한 번 적어봅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마지막에 친구 문제가 터졌어요. 3학년 때는 친구들에게 은근히 따돌림을 받아왔고 5학년 때는 반에 있던 여자애들 모두에게 왕따를 당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지도 모르고 이틀 학교를 안 간 사이 애들이 저를 외면했어요.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질 때 6학년으로 올라갔고 저는 '나를 바꿔보자'하고 학교에 인기 있는 애들의 행동을 흉내 냈어요. 크게 웃고 과장되게 행동하고.. 오버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주변에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생전 말도 안 해본 남자애들과도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또 학기 말쯤에 제가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을  실수로 말해서 힘들게 사귀었던 친구들이 다 돌아섰어요. 남자애들은 다 들리게 저를 욕하고 비웃고 조롱했어요. 학교생활 중 저에게 가장 행복했었던 때여서 그런지 6학년 때 당했던 왕따는 저를 더 힘들게 했어요. 제 자신이 너무 밉고 원망스러워 처음에는 인형에 커터 칼로 난도질하던 게 제 몸으로 옮겨왔고 그때부터 자해를 하게 되었어요.

사진_픽사베이


시간이 흘러 중학교 입학을 했고 다시는 초등학교 때처럼 되지 않으리라 생각해 더 오버하고 다녔어요. 집에 오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도 들었지만 주위에 친구가 많이 생길수록 저는 점점 이런 생활에 만족했어요. 그런데 또 학기 말쯤에 친구 사이에 문제가 생겼고 평생 갈 친구들이라 믿었는데 한 순간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라고 느꼈어요. 2학년 때는 주위에 친구들이 있었지만 ‘어차피 또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텐데 내가 상처를 받지 않게 내가 그냥 멀어지자’라는 생각이 들어 나그네처럼 그냥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혼자 다녔어요. 3학년은 학기 초에 친구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놓쳤어요.

부모님이 많이 싸우시는데 한 달에 한 서너 번은 싸워요.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물건 집어던지기도 해요. 학기 초반에 아빠가 집을 나가고 엄마는 저랑 동생만 없었으면 진작 집 나갔다면서 너네 때문에 내가 네 아빠랑 산다고 하며 우시고... 아빠가 집을 나간 사이에 아빠 행동이랑 제 행동이랑 비교하면서 누구 딸 맞네 진짜 꼴 보기 싫다 하며 아빠 따라가라 그런 말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도 엄마도 동생을 더 좋아해서 거실에는 세 명이 있고 저 혼자 제 방에 있는 경우가 많았고 엄마의 그런 말들이 익숙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하하.... 적다 보니 딴 데로 샜네요.. 지금은 아빠가 다시 돌아왔어요.

하여튼 제가 그때 상처를 되게 많이 받은 건지 이때까지 쌓인 게 터진 건지 갑자기 숨이 막 안 쉬어지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면 무서웠어요. 원래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집 밖에 잘 안 나가지만 그때는 유독 더 무섭고 거기 있다가 돌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어찌어찌 학교 상담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엄마도 몇 번 학교로 불려 가서 그런지 저를 걱정해 기분전환하러 바다도 데려가고 해서 지금은 숨 쉬는 게 조금은 편해졌어요. 그래도 아직은 사람 많은 곳이 무섭고 원래 밖에 잘 안 나가는 집순이였는데 제 스스로가 나 히키코모리 아닌가 할 정도로 학원이나 학교 아니면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요.

또 교복 입은 남자애들을 보면 눈 마주치기 무섭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돌아가고 싶고 쟤네가 나를 못 봤으면 좋겠다, 어디 숨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반이나 학원에서 애들이 모여서 얘기하면 내 얘기하는 것 같고 웃으면 나를 비웃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최근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쟤들이 내 얘기를 하는 게 맞아'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해서 학교에서도 조퇴하고 오는 경우가 많고 학원도 아프다 하고 집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저 어떡하죠? 학교를 계속 조퇴하니까 성적이 많이 떨어지고 하루 하루가 우울하고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아요. 할 수만 있다면 집에 숨어있고만 싶어요. 이런 저 바뀔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 제 이런 생각들을 없앨 수 있나요?

 

A) 안녕하세요. 많이 답답한 마음에 글을 남겨주신 거 같습니다. 해결하고 싶은데 해결책은 모르겠고, 답답한 마음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제 짧은 글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답글을 달고자 합니다. 

일단, 중학교 3학년 학생이라고 하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내 문제를 빨리 인지하고 빨리 교정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지금의 대인관계나 여러 모습들이 고착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교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인지하고 용기를 내신 것만 해도 저는 글쓴이 분의 큰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더 응원하고 싶네요.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셨는데요. 써주신 글에서 인상적인 단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버'인데요. 글쓴이 분의 대인관계 패턴을 보면, '오버'를 해서 친구들을 좀 사귀다가 시간이 지나면 친구들이 떠나가는 패턴인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혼자 지내보기도 하고, 그러다 외로우면 또 '오버'를 통해서 친구를 사귀고 또 상처를 받고, 이런 패턴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오버'가 잘못 꿰어진 첫 단추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오버'를 통해 '순간적으로는'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버'라는 태생적 한계 상 길게 가기가 어렵습니다. '오버'라는 말 자체는 '내 모습이 아니다'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대인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내 모습'과 가장 가깝게 타인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사진_픽셀


"내 모습 그대로 대인 관계를 했는데 항상 실패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렇게 반문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본인이 지금 알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 맞을까요?"가 그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진짜 내 모습'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실패를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어려운가요? 저도 짧은 글로 다 전달드리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쓴이 분이 대인관계에 대해 글을 쓰시다가, 딴 데로 흘렀다고 언급하신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느낌에는 '딴 데'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도 엄마도 동생을 더 좋아해서 거실에는 세 명이 있고 저 혼자 제 방에 있는 경우가 많았고'라고 기술해주셨는데요. 이것과 관련된 불안감이 대인관계에서 많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저는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자세한 상담을 해봐야 더 명확히 알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제한된 상황에서 최대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불안감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초조해지고 실수도 많아지고 악수를 두는 경우도 생기고(사람은 불안이 심하면, 모든 수행능력이 감소합니다), 그것이 부정적인 피드백이 되어서 '내'가 생각하는 self image가 더 나빠지고, 이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은 더 커지고, 악수를 두는 경우도 더 늘어나고(사실 오버도 저는 악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대인관계의 실패는 더 늘어나고, 자존감은 더 떨어지고..... 지금까지의 기술들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순환이 되고 있지 않나요? 글쓴이 분의 현재 상태가 상기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것은 가정에 불과하고 짧은 글로서 드릴 수 있는 최선입니다. 더 명확한 것을 위해서는 더 자세한 상담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아빠, 엄마, 동생 사이에서 느꼈던 불안감을 다루어주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그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다면, 대인관계가 더 편안해지고, positive loop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글쓴이 분의 이후의 삶은 대인관계도 편해지고, 따라서 자존감도 올라가고, 대인관계는 더 편해지고, 자존감은 더 올라가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글로 문의를 주셨고, 짧은 글로 답변을 드렸기 때문에 말씀드렸던 부분이 정답이 아닐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우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해보신다면 도움이 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시기를 늘 응원하고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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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pd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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