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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내 마음] 5. '이상적인 나'를 꿈꿔서는 안 된다

기사승인 2018.09.19  03: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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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꾸 무기력해져서 힘들어요. 도와주세요.>

※ 실제 상담 내용을 재가공하여 구성한 내용입니다. 내담자의 동의를 얻어 작성되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상담과 비교해 설명을 많이 덧붙였습니다. 실제 상담의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점 미리 밝힙니다) 

 

내담자: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에요. 곧 있으면 고3이 되는데, 공부는 제 뜻대로 되지도 않고, 스트레스만 많이 받고 있어요. 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 하는데 제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요. ‘공부를 꾸준히 해야 된다’라는 마음은 있는데 잘 되지가 않아서 힘든 마음이 많이 들어요. 계획을 세웠던 게 잘 지켜지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그러면 그날 세워놨던 계획은 아예 포기해요. 그러다 보면 스마트폰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곤 해요. 그러고 나면 후회하고 자책하게 되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어쩔 때는 자괴감도 들어요. ‘나’는 도대체 왜 이러고 있나... 해결되지는 않고... 힘든 마음은 계속 들고, 그래서 선생님을 뵙고 싶었어요. 진짜 ‘내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 거 같아요.

상담자: 반복되는 생활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내담자: 음... 지금은 방학인데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꼬이는 거 같아요... 항상 계획을 세워놔요.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서 뭘 하고, 뭘 하고... 그런데 막상 아침이 되면 더 자고 싶고, ‘조금만 더 자야지.’하다가 결국은 원래 계획했던 시간이 지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어차피 망했네.’ 이러면서 아예 더 자 버리기도 하고요. 더 자지 않더라도 의욕이 떨어져요. 오늘은 어차피 망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그렇게 하루가 틀어져요. 며칠 그러다가, ‘다시 시작해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또 계획을 세워요. 그러면 또 며칠은 계획대로 잘 돼요. 그러다가 또다시 계획이 틀어지고, 그러면 또 포기하고 그러는 게 반복되는 거 같아요. 뭔가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거 같아요.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지 못하면 그게 저를 힘들게 하고, 오히려 포기하고 회피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되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성적도 중학교 때 비해서 많이 올랐고요. 계속 나아졌던 거 같은데, 계속 욕심이 있는 거 같아요. 더 나아져야 할 것 같은... 제 자신이 만족되지가 않는 거 같아요. 

상담자: 계속 더 나아져야 한다는 욕심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계속 더 나아지는 것’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내담자: ........ 제가 중학교 때랑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거든요. 중학교 때는 공부도 안 하고 많이 놀았었어요. 그래서 성적도 하위권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중상위권으로 성적도 많이 올랐어요. 제가 자존감이 많이 낮은 아이였었거든요. 그런데 성적이 오르면서 자존감도 많이 올랐어요. 저는 제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뭔가를 시작할 때는 ‘다 될 거 같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러면 계획을 세워요. 계획을 세울 때는 좋아요. 그런데 계획대로 안 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러다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러는 거 같아요.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있어요. 요즘도 무기력에 빠져 있어요. 하기가 싫어요. ‘해야 되는데...’라는 마음만 가득하고 하지를 못 하겠어요. 

상담자: 뭔가를 시작할 때는 ‘다 될 거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하셨는데요. 그때 세웠던 계획은 ‘할 수’ 있는 일이었나요?

내담자: .... 네.....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계획대로 공부가 잘 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성적도 많이 올렸고요. 저는 제 자신을 믿어요. 계획대로 잘 되었던 적도 많으니까 저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상담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으신다면, 지금도 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지금은 왜 그렇게 무기력한 거죠?

내담자: (침묵) 그러게요... 마음만 먹으면 될 거 같은데...
 

사진_픽사베이


상담자: 중요한 부분인 거 같아요. ‘마음만 먹으면’이라는 가정이. 그렇죠. ‘내 마음’이니까 ‘마음만 먹으면’이라는 건 일견 쉬워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실제는 생각과는 다르죠? 그렇다면 실제와 내 생각이 다르게 흘러가는 이유에 대해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담자 분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으시지만, 정말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담자 분은 너무 이상적인 기준에 ‘나’를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상적인 기준’에 잘 맞을 때는 자존감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이내 그 기준에 미달되게 되고, 그러면 또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이런 롤러코스터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여요. 사실 그건 자존감이 아니에요. 자존감이란 ‘실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데서부터 나오는 것인데, 내담자 분은 ‘이상적인 기준’에 맞춰서 ‘나’를 인정해주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요. 그러다 보니까 항상 짝으로 뒤따라오는 건, 늘 계획이 실패하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거예요.

제가 자주 쓰는 말인데요. 늘 ‘양극단은 맞닿아 있어요.’ 이상적이라는 말은 곧 실패라는 말과 동의어예요. 왜 그럴까요? ‘이상적’이라는 말 자체가 현실에 없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면 순간적으로는 달성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내 ‘실패’가 뒤따라올 수밖에 없어요. 내담자 분은 스스로 세운 계획이 성공한 적도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셨죠?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가 있어요. 이 분은 100m를 11초에 주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마라토너는 42.195km 내내 100m를 11초에 달릴 수 있을까요? ‘나는 100m를 11초에 달릴 수 있으니까, 42.195km를 422 X 11 / 60 해서, 77분에 주파할 수 있다.’라고 주장을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 마라토너가 이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100m를 11초에 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마라톤을 시작하면 결과가 어떨까요? 어느 정도까지는 계획대로 되겠죠. 그러다가 지치면 포기할 겁니다. 다시 힘이 생기면 또 뛰기 시작할 거고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마라톤을 뛸 겁니다. 어째 내담자 분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나요? 그래서 제가 ‘이상적인 기준이다’라고 말씀을 드렸던 겁니다. 내가 가장 좋은 성과를 냈을 때를 기준으로 삼아 매일을 산다면, 마라톤의 경우와 같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내담자 분은 주기적인 ‘무기력’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계속 반복되어져 왔다면 그건 필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야 계속 반복되지 않게 내 삶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 분은 ‘100m를 11초에 뛸 수 있어.’라고 주장하는 마라토너와 같이 ‘이상적인 기준’에 ‘나’를 맞춰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것은 무기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라토너가 100m를 11초에 뛴다면 어떻게 되는지 상상이 되시죠?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100m를 17초에 꾸준히 뛰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까요? 아니면 11초에 뛰었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까요? 마라톤을 한 번이라도 보셨다면 답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어떤 마라토너도 뛰었다 쉬었다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내담자 분도 ‘마라톤에서의 100m 기록’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를 비교하면, 더 적은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길게 놓고 보았을 때는 분명 더 좋은 결과물을 얻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위 상담사례를 보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제가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분에게 무료상담을 해왔었는데요. 상담을 해보면,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상적인 기준’을 세워놓고 끊임없이 ‘실제 나’랑 비교를 하며 힘들어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앞 사례에서도 보았지만 ‘이상적인 기준’에 필연적으로 뒤따라오는 것은 ‘무기력’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도 치명적인 것은 대부분이 나 스스로 어떤 ‘이상적인 기준’을 세워놓고 ‘실제 나’와 비교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5차례에 걸친 연재에서 그토록 ‘인식하기’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도 찾아보셔야겠죠? 스스로를 ‘무기력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있는, 당신만의 ‘이상적인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것을 찾으신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조금씩 더 보이고, 무기력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바라고 있나요? 그것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드디어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 중 첫 번째 이유에 대해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이유’ 중 두 번째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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