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할 때도 SNS나 게임에 중독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 압박감에 늦게까지 일을 하다 새벽에 퇴근해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켜 놓고 혼술과 야식을 하다 늦게 잠듭니다. 그러면 아침에 무거운 몸과 머리로 출근해서 효율이 안 나니 주말에도 밀린 일을 붙잡고만 있거나 늦잠을 자다 밤낮이 바뀌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청년들의 이야기였다면, 지금은 50~60대에게도 익숙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건강에 대한 걱정이 지나쳐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기도 하고, 나만 소외될까 동창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정치, 사회 문제를 토론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의견을 공격하며 쾌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맥락만 다를 뿐 젊은이들의 SNS 오남용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습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 즉각적인 쾌락이 불러오는 중독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금융이나 행정과 관련된 일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SNS는 TV나 라디오에 비해 나에게 딱 맞는 정보를 파악하기 좋습니다. 먼 곳의 지인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고 쉽게 새로운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더해지니 피할 수 없는 변화였습니다. 삶의 경험이 쌓인 중장년층이라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치, 종교와 같은 주제들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에 빠져들기도 하고, 그 영향으로 인간관계에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돈, 외모, 지위와 같은 것을 비교하며 결핍이나 질투심에 빠져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없애면 해결이 될까요?

마약 중독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뇌는 즉각적으로 강한 기쁨을 느끼면 중독에 빠집니다. 이전 상태가 즐거웠든 슬펐든 상관없이 훨씬 큰 쾌락을 느끼게 만듭니다. 약효가 끝나 급하게 떨어지면 그 각도만큼 더 힘듭니다. 힘드니 다시 찾게 되는 것이 반복되면 내성과 금단에 빠집니다. 술도 비슷한 과정으로 중독됩니다.

도박, 쇼핑, 게임도 유사합니다. 화학물질은 아니지만 뇌 안에 유사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마약이나 술은 없이 살 수 있지만 투자나 쇼핑은 그럴 수 없습니다. 비슷하게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잘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용 패턴을 이해하도록 안내합니다. 마치 긴장을 풀려 혼술하는 사람과 흥겨움을 찾아 친구들과 폭주하는 사람의 중독치료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 디지털 기기,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

정보를 모르면 뒤처질까 불안한 마음에 유튜브를 계속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는 학습하기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잘 활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단 들어는 봤다며 이 행동을 반복할 수도 있고, 가짜 뉴스 같은 거짓 정보가 내 입맛에 맞는다는 이유로 비슷한 내용만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예로 이사나 퇴직으로 관계가 단절되어 외로운 마음에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는 경우를 봅시다. 잘 활용하면 끊어진 연결을 회복할 수도 있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처럼 온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서운하기도 하고, 화려한 모습에 질투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니 내가 온라인 관계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지 가끔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술이나 카페인은 중독물질이지만 건강하게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성과를 축하하며 동료들과 샴페인 한 잔을 나누는 것은 건강한 활동입니다. 수면패턴과 집중할 시간을 고려해서 커피를 적정량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SNS도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맥락으로 활용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 SNS에 빠진 자신의 마음 돌보기

이런 맥락에서 저는 정신건강의 5가지 요소를 말씀드립니다. 인지, 부정 정서, 긍정정서, 사회관계, 신체리듬입니다. 이들의 균형을 확인해 보세요. SNS를 이것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새로운 자극으로 배움(인지)이 되었다면 좋습니다만, 배움으로 밤을 새우는 것(신체리듬)은 좋지 않습니다. 밤에 잘 자려고 낮에 운동을 시작하려는데(신체리듬) 외롭게 혼자 하는 느낌이 싫은 사람(부정 정서)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들으며(긍정 정서) 산책하는 것도 좋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보완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리적으로 멀어져 못 만나는 지인을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온라인에서 시작한 활동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해보고 싶었던 취미를 바로 실행하기는 어려우니 온라인으로 간접 체험을 해보고 시작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과정을 위해 ‘마음 챙김’을 권해드립니다. 명상의 형태일 수도 있고, 일기처럼 적을 수도 있습니다. 산책하며 머릿속에 떠올릴 수도 있고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렇게 느끼는구나.’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입니다. 특히 수 시간을 SNS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내 행동의 맥락을 파악할 때 도움이 됩니다. ‘내가 이 정보를 모르면 뒤처진다고 불안해 했구나.’라며 자신을 알아차리고 되돌아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핵심은 ‘절대로 실수하면 안 된다.’가 아닙니다. 내가 이런 마음이 들 때 이런 방식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수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내 인생을 위해 나은 방향으로 유연하게 개선하는 것이죠. 자식의 독립이나 은퇴와 같은 큰 변화들이 있을 때마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더 건강하게 적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 챙김’을 통해 뇌와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정두영 정신의학과 전문의,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3년 하반기 <주택연금> 소식지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균형 맞추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저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출간
전체기사 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