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죠. 큰돈이 오가는 범죄도 있지만 계약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든지 처음에 설명한 것과 다른 성능을 가진 제품을 인도받는 등의 사기도 있습니다. 알면서도 당하는 이런 사기 어떻게 해야 될까요?

A :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FBI의 사기 전담 수사관을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 일반인과 사기꾼 사진을 보여주고 누가 사기꾼인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는데요. 사기 수사 전담하는 수사관들이 모두 틀렸다고 합니다. 

 

사진_pixabay

 

Q : 전문가들도 속일 정도라는 거네요. 얼마나 잘 하면 그렇게 될까요?

A :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거짓말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다고 합니다. 즉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는 거죠. 수사관들은 수사 과정에서 도망칠 수 없는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대답이 달라지는 것, 거짓말을 하는 것을 잘 찾아내죠. 그런데 이 실험에서는 수사관들이 질문을 하지 않고 무언가 이야기하는 것을 본 겁니다. 사기꾼은 자기가 말하는 내용을 믿습니다. 그리고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그래서 표정의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Q : 그럼 일반인들은 당할 방법이 없겠네요.

A : 뭐 작정을 하고 덤비면 피할 수 없겠지요.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일단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우리의 수에 안 넘어갈 방법이 없다. 문제는 어떻게 그 테이블에 앉히는가이다" 

왜냐하면 사기꾼들은 사람이 어떻게 할 때 신뢰를 보이게 되는지에 대해 잘 알거든요. 이걸 좀 알면 피할 수 있겠죠

 

Q :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 잘 보면 정말 사기꾼들은 심리학자 같아요. 심리학자들이 어렵게 연구해서 증명하는 것들을 이미 잘 알고 이용하고 있거든요.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설득당하게 되는 상황과 그 상황에 녹아있는 몇 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몇 가지를 말씀드려 볼게요.

일단 밀그램의 권위의 법칙입니다. 권위를 가진 사람이 반복적으로 지시를 할 때 자신의 신념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것을 알지만 따른다는 겁니다. 학생에게 "내가 책임질 테니 문제를 틀린 학생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처음에는 0.1% 정도의 학생만이 이 명령을 따를 줄 알았죠. 

그런데 65%의 학생이 명령을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양심적이고 착한 학생들이 더 잘 명령에 순종했죠. 인간은 행동을 결정할 때 개인적 신념보다는 상황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권위에 더욱 순응적으로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이런 예가 많죠. 이른바 권위자가 자신의 학력이나 경험을 갖고 이야기를 하면 쉽게 동조합니다. 

사기꾼들은 이런 걸 이용합니다. 유명한 누구도 이걸 했다고 다른 사람의 권위를 이용하거나 위조된 신분증 경력 이런 것을 이용해서 자신을 포장합니다. 한국에서는 공부를 잘한다는 것, 명문대를 다닌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00 대학 중퇴생이라는 말을 많이 썼지요.  

 

사진_pexel

 

Q : 그러니까 자신의 학력, 경력 등을 내세우는 사람은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네요.

A : 맞습니다. 상대의 권위에 무조건 신뢰를 보내기보다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신뢰할 만한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검증된 사람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요. 또 다른 것이 상호성의 법칙입니다. 

데니스 리건이라는 심리학자가 한 실험에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공짜 콜라를 주고 자선권 모금을 위한 티켓을 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콜라를 받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배 이상 티켓을 많이 샀습니다. 비슷한 실험이 있는데요. 

공항에서 종교 단체의 이름이 찍힌 장미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출구에 모금함을 두었습니다. 꽃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월등하게 많은 금액을 모금함에 넣었지요. 요약하면 우린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으면 그만큼은 돌려주려고 합니다. 

사기꾼들은 상대방에 내가 당신을 특별하게 대한다는 걸 항상 이야기합니다.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내가 손해 보면서 해주는 거야." 이런 식이죠. 

 

Q : 길에서 나눠주는 경품, 공짜 선물이 공짜가 아니네요.

A : 다 경험상 얻는 게 있으니까 주는 거죠. 다른 건 사회적 증거의 법칙입니다. 다른 사람이 다 하면 이게 옳을 거라고 믿는 거죠. 사기꾼들의 주변에는 항상 협조가가 있습니다. 물건을 판다고 생각해보죠. 나만 혼자 사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사면 어떻게 되나요? 왠지 저 물건이 좋은 것처럼 여겨지게 됩니다. 주변에서 바람을 잡는다고 하죠. 사람이 없는 곳은 더 가기 싫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몰리면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도 기다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기다리는 사람들이 저곳의 물건이 좋다는 걸 증명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법칙들을 이해하면 조금 더 냉정하게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공짜로 혹은 적은 노력으로 뭔가를 얻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기꾼의 협잡에 넘어갈 가능성이 줄어들 것입니다.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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