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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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은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학습, 추론, 지각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문제해결, 새로운 지식의 습득, 음성번역, 자연어 이해 등의 분야에서 효율을 높이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졌던 일들을 상당 부분 해내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AI는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일반인 또는 정신장애 위험군의 생활 습관이나 언어, 표정, 행동, 스트레스 수준, 대인관계 빈도 등을 분석하여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정신장애 위험신호를 사전에 알 수 있게 도와주는 AI 예방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개인의 유전자 정보까지 분석하여 정신건강, 교육, 환경 등 삶의 전방위적 영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그 밖에도 환자들의 생체 정보, 표정, 언어 등을 분석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거나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으로 개인의 일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의사와 공유하여 심리 상태를 진단하는 데 도움을 제공합니다. 또,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겪는 소통의 어려움과 관련해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분석하여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정서적 지지와 공감을 제공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제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을 비롯한 정보 통신 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을 통해 정신장애 환자들의 약 복용 및 치료 관련 행동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AI를 활용한 맞춤형 치매치료, 돌봄 서비스 제공 등 인공지능은 정신건강 분야에서 앞으로 그 영향력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인공지능 기술은 사고나 질병으로 언어기능이 손상된 환자들의 언어능력 회복을 위한 연구에도 꾸준하게 적용되어 왔습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서는 지난 8월 미국 스탠퍼드대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의대 연구진이 각각 인공지능을 통해 중증 마비 환자의 뇌 활동을 분석해 글이나 음성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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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대 연구팀은 뇌간 뇌졸중으로 약 18년간 마비 증상을 겪어온 47세 미국인 여성 앤 존슨(Ann Johnson)이 인공지능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언어기능과 관련된 앤의 뇌 영역에 전극 253개를 붙이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통해 그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관한 뇌 언어 신호를 해독하여 음성 언어로 인출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언어와 관련된 뇌 신호를 인식하고, 1,024개의 단어로 구성된 문장들을 통해 기본적인 발화음과 연결된 뇌 활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도록 훈련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앤은 1분에 78개 정도의 단어를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이는 이전 실험에서보다 5배가량 빠른 속도입니다. 또한 훈련받은 인공지능은 1,000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언어 신호를 단순히 문자로만 번역한 것이 아니라 앤의 음성을 통해 직접 음성의 형태로 전달되도록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음성 인출을 위한 자료로는 앤이 뇌졸중을 겪기 이전인 결혼식 때의 영상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앤은 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앤은 인출된 음성과 함께 행복, 슬픔, 놀람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 아바타를 통해 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정신건강 영역에서의 다양한 지원과 함께 잃어버린 목소리까지 찾아주는 것으로 점차 그 무대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술들이 많은 경우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기에 상용화되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며, 윤리적 문제와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 및 관련 법규, 구제안 마련 등 제도적으로 준비되어야 할 사항도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인 뉴럴링크에서는 뇌에 컴퓨터 칩을 심을 첫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신체가 마비된 사람들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이 실험의 주요 골자인데, 인체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윤리적 측면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정신건강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되는 과정에서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기술적 발전,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 많은 사례와 데이터에 대한 분석, 알고리즘 학습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이 정신건강 영역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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